버지니아공대 사건 뒤 총기소지 옹호세력

  • 입력 2007년 4월 23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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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총기 소지 옹호 세력은 이번 참사가 총기 규제로 자기를 방어할 무기를 갖지 못한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대학 내 총기 소지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이 '버지니아 시민 보호 연맹'(VCDL)라는 총기 소지 옹호 단체의 필립 밴 클리브 회장이다.

그는 버지니아공대 사건으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대해 "이번 사건은 총기 규제의 관에 커다란 못을 친 격"이라면서 "총기 규제 때문에 아무도 자기를 방어하지 못해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갖길 바란다. 언제나 그렇다"면서 이번 사건이 대학생들이 학교 구내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버지니아 주 정부는 21세 이상으로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총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대학들은 총기 소지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기 소지 옹호 그룹들은 지난 1년간 버지니아 내 대학 구내에서도 총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왔다.

총기 옹호 네트워크 조직 '오픈캐리 닷 오르그' 공동설립자인 마이크 스톨렌베르크(44)도 클리브 회장과 생각이 같다.

스톨렌베르크는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며 "경찰은 골목마다 지켜섰다 우리를 보호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은 자신 자신을 지킬 능력을 갖출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 주말 미국 20여 곳에서 열린 총기 전시회에 수 천명이 몰려 성황을 이룬 것도 버지니아공대 사건으로 총기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딴판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크로스로드 오브 더 웨스트' 총기 전시회에서는 조기로 계양된 주 깃발이 나부끼는 가운데 100개가 넘는 진열대에 각종 총기와 관련 제품이 전시됐고 수 천명이 관람하며 총기 등을 구입했다.

판매상인 마이크 데티는 "버지니아공대 참사로 오늘 수입이 평소의 두 배는 될 것"이라면서 "총기 관련 사건이 터질 때면 언제나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사건 때도 미국 전체가 총기 규제 문제로 떠들썩했지만 이후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거의 없다.

척 슈머 의원 등이 주 정부로 하여금 심각한 정신질환자들에 관한 정보를 연방정부에 통보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 할 것이라고 밝히는 정도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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