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애통’ 우리도 슬프다

  • 입력 2007년 4월 19일 00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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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총기 난사 참사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버지니아공대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도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봄을 맞은 캠퍼스에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사연 하나 하나가 우리의 가슴을 찢는다. 소중한 부모와 자녀, 그리고 형제자매를 잃은 유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애통하겠는가. 무슨 말로 그들의 상심(傷心)을 덜어 줄 수 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교수와 학생 32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용의자가 한국 교포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과 교민들은 남다른 충격을 받았다. 다중(多衆) 살해범 조승희 씨는 8세 때 미국에 이민 가서 성장한 교포 1.5세로 미국 영주권자이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그는 미국에서 초중고 교육을 받았고 버지니아공대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미국민 못지않게 200만 재미(在美) 한인과 유학생들도 놀라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아직까지 범행 전모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건으로 보인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학생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대학에 방치돼 온 점, 총기 자유 소지제도의 문제점, 캠퍼스 보안의 허점 등에 대한 지적이 미국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그의 범행을 국적이나 인종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양식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아 다행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한 계단 도약의 계기를 맞은 한미관계에 이 사건이 행여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미국민의 다대한 심적 고통을 위로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미국은 6·25전쟁 때 3만6000명의 군인을 희생시키며 공산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지켜 준 혈맹이다. 비극적이지만 우발적인 사건으로 한미관계에 금이 가선 안 된다.

2001년 9·11테러와 2005년 허리케인 참사에 이어 다시 비극을 접한 미국인들은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한마음으로 슬픔을 나누며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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