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 조선도… ‘중국 노이로제’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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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덕분에 웃다가 중국 탓에 운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특수(特需)를 누렸던 국내 철강업과 조선업이 중국의 맹추격에 쫓기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1000만 t을 넘어서면서 국내 7개 상장 철강사들의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또 그동안 ‘세계 1위’를 지켜 온 국내 조선업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수주량에서 중국에 선두자리를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

국내에서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산업은 없지만 철강과 조선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중국산 철강에 가격주도권 빼앗겨

2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은 1030만 t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만 t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전체 철강 수요량(5000만 t)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중국산 철강의 ‘반격’은 예견됐던 일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중국산 철강 수입은 2004년 430만 t, 2005년 680만 t에서 작년에 1000만 t을 넘어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철강업체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상장 7개 철강사의 영업이익률은 2005년만 해도 20%를 넘었지만 지난해 13.5%로 추락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 격’인 포스코조차 영업이익률이 2005년 27.2%에서 지난해 19.4%로 7.8%포인트 감소했다. 동국제강과 한국철강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8.3%와 9.0%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중국과 경쟁이 심한 냉연 및 아연도금강판을 주력으로 하는 철강사들의 실적은 더 심각하다. 동부제강과 유니온스틸은 영업손실을 봤고 현대하이스코 역시 이익률이 1.2%(376억 원)에 머물렀다.

철강업계의 영업실적 악화는 중국산 철강에 가격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철강 반덤핑제소를 당한 중국이 수출 길을 한국으로 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달 연속 세계 선박 수주 싹쓸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은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커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벌크선과 중소형 유조선 등 일부 선종에서 중국의 추격속도는 놀랍다.

조선해운시황 전문분석기관인 클라크슨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전 세계 수주량 280만 CGT(CGT는 표준화물선 환산 t수)의 절반인 138만 CGT를 휩쓸었다. 59만 CGT를 수주한 국내 조선업계보다 약 80만 CGT를 앞선 것.

이달 들어 22일 현재 수주량 역시 중국이 176만 CGT로 한국(40만 CGT)을 크게 앞지른 상태다.

1개월짜리 단기 실적인 데다 아직 연초여서 이 같은 상승세가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중국 조선업의 무서운 성장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국내 중견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중국이 저부가가치 선박을 저가로 대량수주하고 있지만 최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어 결코 얕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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