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해빙 35주년…“춘하추동 변화 거치며 온중”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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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로 한국전쟁에서 격돌한 이후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해빙(解氷)’된 지 35주년을 맞는다.

1990년대 미국의 주유고슬라비아 중국대사관 오폭과 전투기 충돌 사태로 급랭됐던 양국 관계는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을 ‘이해 관계자(Stakeholder)’로 규정하면서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앞으로도 양국은 무역 및 군사 분야의 마찰과 갈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유대가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죽의 장막’ 제거 35주년 열띤 보도=1972년 2월 21일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가원수 자격으론 중국을 처음 방문해 ‘죽의 장막’을 걷어 낸 날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양국관계 해빙 35주년을 하루 앞둔 20일 ‘중-미 관계 파빙(破氷) 35주년’이라는 특집을 인터넷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파빙’은 해빙이라는 뜻.

신화통신은 닉슨 대통령 방문의 역사적 의미와 양국관계의 미래 전망부터 1971년 7월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닉슨 대통령의 방중 길을 연 헨리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인터뷰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의 통역을 맡았던 지차오주(冀朝鑄) 전 유엔 부(副)비서장의 회고는 물론 중국이 당시 미국에 선물한 판다의 새끼가 ‘손자새끼’를 낳았다는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무려 10개의 기사를 쏟아 냈다. 대부분의 다른 언론 역시 신화통신을 인용해 크게 보도했다.

이 통신은 “닉슨의 중국 방문은 20세기 국제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라며 “양국의 적대관계 청산은 중-미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질서를 크게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중-미 관계는 ‘안정 속 전진(온중유진·穩中有進)’=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시사주간 ‘궈지셴취(國際先驅)도보’는 현재 중-미 관계를 안정이라는 뜻의 ‘온(穩)’이라는 한 글자로 정리했다.

양국이 죽의 장막을 걷어 낸 지 35주년이 되는 최근까지 양국 관계엔 춘하추동의 변화가 많았지만 갈수록 성숙해져 ‘온중(穩重·침착하고 중후하며 듬직하다는 뜻)’해졌다는 것이다.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은 최근 양국 관계를 ‘안정 속 전진’으로 평가하면서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미로 양국의 안정적인 협력관계가 절대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중-미 전략대화와 상무연합위원회 회의, 중-미 전략경제대화 등 새로운 협력의 틀이 잇달아 생겼고 그동안 막혔던 군사 교류도 상당 부분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가 232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강경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그 대신 중국의 잇단 요구에도 막고 있던 항공기와 철도 관련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을 허용했다.

지난해 11월엔 중국과 미국 해군이 연합구조 훈련을 가진 데 이어 최근엔 파키스탄 해역에서 이뤄지는 7개국 연합 대테러 군사작전에 미국과 함께 공동으로 참가했다.

▽강화되는 양국 공생관계=중국이 미국의 최대 경쟁국으로 떠오르면서 무역 및 군사 분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이유는 경제 부문 및 국제사회에서 상호 협력해야 하는 문제가 갈수록 늘기 때문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과 핵무기의 비확산, 에너지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중국 역시 안정적인 미국과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2020년까지 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과 2050년 세계 최강대국을 목표로 잡은 중국으로서는 강대국끼리의 마찰과 충돌은 반드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실력을 키운다는 뜻)’라는 외교원칙을 시달하면서 ‘영불당두(永不當頭)’라는 유훈을 남겼다. 영불당두의 표면상 의미는 ‘절대 전면에 나서지 마라’지만 당시 덩의 속뜻은 ‘미국과 충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중-미 관계 전문가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는 “중-미 양국은 서로 대적해야 하는 문제가 여전히 있긴 하지만 양국 관계는 전반적으론 안정적인 발전을 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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