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실래요, 나의 비밀을” 미국인 ‘진지한 고백’에 열광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코멘트
2005년 미국 워싱턴에 사는 프랭크 워런 씨는 ‘조그만 실험’을 시작했다. 인근 카페나 지하철 역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회신(回信)용 엽서를 나눠주며 각자 자신의 비밀을 적어 부쳐 달라고 했다.

엽서 3000장을 나눠준 그는 “10장이나 받을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를 놀라게 했다. 무려 500여 명의 사람들이 가슴 속 깊이 간직했던 이야기를 적어서 보내왔다.

워런 씨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내온 인생담을 모아 블로그 ‘포스트 시크릿(postsecret.blogspot.com)’에 올리고 있다. 월 300만∼400만 명이 접속하는 그의 블로그는 테크노라티(블로그 전문 검색엔진) 집계 결과 방문자 상위 9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달에도 그는 10만 통의 엽서를 받았다.

자신의 고민, 비밀, 인생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고백 문화(Confessional Culture)’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어린 시절 추억담, 인생의 고비를 겪으면서 느낀 점, 평범한 일상사 등 삶의 소소한 의미가 배어 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소속감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고백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5일 보도했다.

‘프레시 얀(freshyarn.com)’ ‘파운드 매거진(foundmagazine.com)’도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고백을 접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시민단체 스토리 코프가 운영하는 ‘스토리 부스’는 인생 이야기를 육성으로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스토리 부스’가 2003년 뉴욕 그랜드센트럴 역에 처음 설치됐을 때는 마이크에 대고 생뚱맞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이용자가 없었으나 지금은 250여 개 미국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스토리 부스’를 통해 녹음된 이야기들은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공연 형태로 올려지는 ‘고백 문화’도 있다. ‘모티파이드’는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시, 노래, 랩, 독백 형식으로 인생 이야기, 특히 학창시절 추억을 들려주는 공연이다.

전문가들은 ‘고백 문화’의 특징으로 냉소적 측면이 없는 것을 들고 있다. ‘모티파이드’ 기획자인 데이브 나이델버그 씨는 “9·11테러의 충격으로 미국 대중문화가 다소 가볍고 선정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백 문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담을 진지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 하락도 ‘고백 문화’가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리얼리티 쇼도 ‘고백 문화’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의 사생활을 보여 주고는 있으나 상업적 목적과 작위적 설정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로버트 톰슨 시러큐스대 사회학 교수는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고백 문화는 바람직한 의미의 ‘관음증(voyeurism)’을 확산시킨다”고 분석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