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론당 vs 라디칼당…페로니즘 평가 엇갈린 시각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1분


코멘트
국가 시스템을 파괴하고 불신의 씨를 뿌리는 괴물인가, 중산층을 육성하고 중남미를 단합시키는 선구인가. 아르헨티나 현직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페로니즘과 그 후예인 포퓰리즘을 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렸다.

우고 다비드 톨레도 하원의원은 “아르헨티나의 중산층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페로니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이 창설한 페론당의 ‘터줏대감’.

여러 나라 지도자가 중남미 통합을 꿈꾸게 된 것도 페로니즘이 씨앗을 뿌린 중남미 포퓰리즘 연대의 결과라고 톨레도 의원은 해석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라디칼당 소속 로돌포 테라그노 상원의원은 “포퓰리즘이 빈부격차를 해소해 중산층을 육성한다고?”라고 반문했다.

그는 “포퓰리스트가 집권할 때마다 계층 간의 장벽만 높아져 왔다”며 “포퓰리스트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정치적 목적의 ‘최우선 재료(material prima)’로 이용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페로니즘의 위상에 대한 시각도 갈렸다. 페로니스트인 톨레도 의원은 ‘크게 만족스럽다’는 쪽이었다. 페론주의 세력은 여전히 정치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이라는 것.

“2003년 대선에서 1, 2, 3위 득표자 모두 페론주의자였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는 페론주의가 특정 정파가 아니라 ‘운동’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념적으로도 페론주의는 좌우익을 넘나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테라그노 의원은 페로니즘 세력이 갖는 위상을 깎아내렸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페로니즘 세계에 속한 인물이며 포퓰리스트는 권력을 독차지하려 시도합니다. 다행한 일은 이들이 과거의 페로니스트만큼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거죠. 과거 회귀적인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정치 분야에선 포퓰리즘을 이용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도 경제만큼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했을 만큼 이제 포퓰리즘은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과거의 꿈’이 됐다고 테라그노 의원은 지적했다.

톨레도 의원은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은 노조의 지지를 바탕으로 기득권자들과 기성 정치인들이 무시했던 사회 인권문제를 처음 다뤘으며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공장을 만들고 노동자에게 집을 준 선구자였다”고 예찬했다. 반면 테라그노 의원은 페론에 대한 직접 평가는 유보했다. 그 대신 “대중의 인기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페로니즘을 단연 반대한다”며 “나라가 다시 사는 길은 국가의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