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메가파워 中, 2020년 美와 양극체제 이끈다”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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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터 불머토머스△옥스퍼드대 박사(남미 경제)△런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퀸메리 칼리지 교수△전 런던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소장△전 유럽공동체 자문관△저서 ‘남미경제사’ ‘EU와 메르코수르’ 등 다수
○ 빅터 불머토머스
△옥스퍼드대 박사(남미 경제)
△런던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전 퀸메리 칼리지 교수
△전 런던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소장
△전 유럽공동체 자문관
△저서 ‘남미경제사’ ‘EU와 메르코수르’ 등 다수
《국제정치에서 중국의 급부상은 이제 더는 뉴스가 아니다. 다만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향후 세계무대에서 차지하게 될 위상을 전망하는 것을 주저해 왔다. ‘중국 위협론’을 내세워 온 미국 쪽에서조차 중국의 붕괴 가능성을 점치며 ‘초강대국 중국’의 미래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영국의 왕립국제관계연구소(RIIA)인 체이덤하우스의 빅터 불머토머스 소장은 “앞으로 불과 14년 뒤인 2020년이면 중국은 새로운 ‘메가파워(mega power)’로 떠올라 세계는 현재 유일한 메가파워 미국이 이끌던 일극(uni-polar)체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주도하는 양극(bi-polar)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1년 취임해 6년간 체이덤하우스를 이끌어 온 불머토머스 소장은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6일 고별 강연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등 강대국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4가지 잣대를 적용해 메가파워 후보들의 잠재력을 면밀히 점검했다.

○ 미국의 상대적 퇴조는 불가피하다

불머토머스 소장은 앞으로 10여 년 뒤에도 미국의 메가파워 위상 자체엔 변화가 없겠지만 미국이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서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은 군사력과 정치력에서 ‘넘버원’의 자리를 내주지는 않겠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력 비중의 하락과 함께 각종 국제기구에서의 보팅파워(voting power·결정권)는 상대적 하락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첨단무기 개발과 과학기술의 수준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배적 위치를 고수할 것이고 연구개발(R&D) 사업은 멀리 우주공간으로까지 확장되겠지만 아시아 경제의 성장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은 상대적 하락을 겪을 게 분명하다.

그는 특히 이라크전쟁 이후 세계인들은 ‘선의의 강대국’으로 포장돼 왔던 미국의 이미지를 예전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미국인조차 과거의 당당했던 자신감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외정책이 고립주의로 흐르지는 않겠지만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신현실주의적(neo-realist) 정책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다극체제는 아니다

불머토머스 소장은 많은 전문가가 냉전 이후 대안으로 제시해 온 다극체제에 대해 일부 국가의 ‘희망사항’일 뿐 회의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유력한 메가파워 후보 국가들이 가진 한계들을 일일이 짚었다.

우선 유럽연합(EU)은 경제력 규모 면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남을 것이고 문화적 흡인력 또한 상당할 것이지만 정치적으론 ‘경량급(lightweight) 국가’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외교와 안보 정책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EU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한때 슈퍼파워의 지위를 누렸던 러시아도 세계 에너지시장의 변동에 취약한 ‘석유국가(petrostate) 증후군’을 보이는 데다 인구는 계속 감소 추세이며, 군사력 또한 과거의 군사대국 위치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처지여서 ‘자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인도의 경우 경제적 급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취약하고 엄청난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따라서 지역강국은 될 수 있더라도 글로벌강국으로 부상하긴 어렵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 차기 메가파워, 중국의 힘

이미 중국은 국방비를 매년 10%씩 늘려 가고 있어 2020년엔 미국의 절반 수준인 4000억 달러 가까이 될 것이며, 우주개발에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군사력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성장한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중국은 향후 10여 년 뒤면 구매력 기준으로 세계 최대 GDP 국가, 최대 외환 보유 국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무대에서도 당근과 채찍을 함께 구사하며 정치력을 키워 갈 것이며, 언어와 가족적 유대 같은 문화적 매력 또한 상당하다.

불머토머스 소장은 “1842년(아편전쟁 패배 후 불평등조약 체결)부터 1949년(중화인민공화국 수립)까지의 ‘굴욕의 한 세기’를 바꿔보겠다는 국가적 결심이 ‘21세기는 우리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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