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주시대 가고 美-中 양극시대 온다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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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의 국제문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로저 코언 씨가 22일 NYT가 발행하는 일간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국제질서가 중국과 미국의 양극 체제로 가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NYT 인터넷판에 실린 칼럼 요지를 소개한다.》

갑작스러운 냉전 해체로 탄생한 미국 지배의 단극 체제가 벌써 과거사가 되고 있다. 되돌아보면 미국의 단극 체제는 17년 정도의 중간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양극 체제가 등장하기 전의 시끄러운 중간과정….

아직 미국의 힘이 더 세기 때문에 두 나라가 대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역시 초강대국 지위에 걸맞은 위상을 갖게 돼 어떻게 새로운 양극체제를 확립할 것인지 주목된다. 다른 국가들은 다시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길을 따를 것이냐, 아니면 중국의 길을 따를 것이냐.

21개국이 모였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 새로운 세계는 뚜렷해졌다. 후 주석이 자신의 철학인 ‘평화적인 발전론’을 펼치는 동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안전 문제’로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식의 현학적인 단어인 ‘조화(調和)’를 강조하면서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은 지원’을 내세웠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조건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법치 등이다. 서방은 경제지원을 하는 대신 이런 것들을 강요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전제조건이나 도덕적 명분을 달지 않는다. 미국이 이념적인 간섭을 한다면 중국은 이념적인 불가지론에 가깝다. 중국은 평화 개발 교역을 높이 평가한다. 중국은 어떤 나라에 석유와 천연자원이 넘친다면 그 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모델이 무엇인지는 따지지도 않는다.

이런 점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APEC 연설은 흥미롭다. 그는 미얀마와 북한 정부가 협력으로 가는 길을 거부했다며 단호히 꾸짖었다. 하지만 후 주석은 어떤 나라도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무력화시키며 미얀마의 석유와 가스에 투자를 했다. 중국은 핵무장한 북한 김정일 정권에도 경제적 지원을 한다.

새로운 양극 체제의 이념적 차이는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 때처럼 크지 않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다. 대조적으로 오늘날 중국의 기본적인 전략적 목표는 갈등이 아니라 충돌의 회피다.

후 주석은 평화를 강조하고 미국의 호전성을 비웃으며 장기적인 전략으로 고도성장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중국은 전쟁이나 발전모델, 정치적 청사진을 팔지 않는다. 그들은 도덕성을 무시하고 ‘비즈니스’를 원한다. 중국의 세계관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성장 다음의 가치다. 중국은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 없이는 빈곤을 포함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아프리카다. G8(선진 7개국+러시아)이 아프리카의 민주화와 부패 청산을 돕는 동안 중국은 베이징(北京)에서 아프리카 포럼을 열어 에너지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나 아프리카의 인권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중국식 접근은 상당한 수확을 얻어내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에서도 이 같은 접근법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실리도 얻었다.

정리=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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