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비공식논의 못막아” 아베 언급… ‘금기’ 깨지나

  • 입력 200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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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이후 일본 내에서 핵 보유론이 공공연히 제기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가 27일 “핵무장 논의를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교도통신 가맹사 편집국장회의 강연에서 “정부나 자민당 내 공식기구에서 (핵 보유 문제를) 논의할 생각은 없지만 그 밖의 논의를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견지하지만 의원이 개인 자격으로 핵 보유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것은 막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정부 내에서 공식 견해와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총리나 관방장관이 비판하거나 주의를 주는 게 통례였다. 그러나 아베 정권 들어 정부 여당 간부들이 정부 방침에서 일탈한 주장을 내놓고 이를 ‘개인의 발언’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정권이 주요 정치인의 입을 통해 의도적으로 금기시돼 온 논의를 조금씩 풀어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沼一) 자민당 정조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핵무장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아소 외상은 26일 참의원 외교방위위원회에서도 “비핵 3원칙은 국시”라고 전제하면서도“(핵무장론에) 여러 논의가 나오는 것을 봉쇄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보유 논의’를 용인해야 한다는 발언을 17일 이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15일 “헌법에서도 핵 보유는 금지돼 있지 않다”며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이런 현상은 역사 인식에서도 보인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부장관은 25일 한 강연에서 일본 당국의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담화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그는 “아베 총리도 총리 입장에서 답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 이 담화의 정신을 따르겠다고 명언한 총리 답변을 뒤집는 분위기마저 풍겼다.

아베 총리도 이에 대해 26일 밤 기자들에게 “나도 관방부장관 시절 국회의원 자격으로 여러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 의원 자격으로 말하는 것은 개인 책임인 만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오히려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를 두고 시모무라 부장관이 아베 총리의 속마음을 대변한다는 견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취임 후 고노 담화를 인정하는 등 평소 소신을 수정하면서 보수층의 반발이 감지되자 시모무라 부장관이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다.

한편 한국 외교통상부는 27일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공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불러 시모무라 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해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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