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쿠데타 지도부, 대대적 숙정 착수…살생부 100명說도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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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쿠데타 지도부가 대대적인 숙정 작업에 착수했다.

쿠데타 지도부는 또 의회의 직무와 책임을 맡을 것이며,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각종 정당 모임과 창당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쿠데타의 주역인 손티 분야랏끌린 육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민주개혁평의회’는 21일 각료 가운데 농업부 차관과 정부 대변인 등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측근을 신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까랏 치트로 군 대변인은 다른 각료들도 평의회에 나오도록 ‘초청’했다고 말해 숙정 작업이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쿠데타 지도부는 탁신 전 총리의 최측근인 제1부총리와 에너지장관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탁신 전 총리 재임 시절의 부패한 정치인과 경제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정 대상 100명의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탁신 전 총리는 21일 측근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새로운 정권이 조속히 총선을 준비하고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의 원칙을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절한 휴식’을 취한 뒤 태국 발전을 위한 자선사업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는 20일 미국 뉴욕을 떠나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전세기에서 “(뉴욕에) 올 때는 총리였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실업자가 됐다”며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탁신 전 총리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태국 TNA통신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20일 “군사 쿠데타는 정당성이 없는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규정하며 태국의 조속한 민정 복귀를 촉구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쿠데타에 실망했다”며 “가급적 빨리 민간이 통치하는 민주 질서 회복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쿠데타로 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 프로그램들이 재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의 규탄 성명이 쿠데타 발생 24시간이 지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있고 나서야 나왔고, 그 표현도 부드러운(mild)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탁신이 영국으로 간 까닭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20일 런던에 도착하면서 세계 언론의 시선이 쏠리자 영국 정부는 즉각 “그의 영국행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받아들인 게 아니라는 것. 영국 외교부는 “그는 딸이 머무는 런던에 개인 자격으로 온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가 ‘망명지’로 영국을 택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망명객들의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살고 있는 망명객으로는 콘스탄틴 전 그리스 국왕,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를 들 수 있다.

콘스탄틴 전 국왕은 독재정치를 일삼다 1967년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난 뒤로 영국에서 살고 있다.

부토 전 총리는 1984년 부패 혐의로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파키스탄을 탈출해 런던과 아랍에미리트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불명예스러운 망명객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영국은 자국의 독립,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망명객들의 해외 베이스캠프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폴란드의 레지스탕스는 런던에 본부를 뒀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장군도 런던에서 활동하며 라디오 방송을 활용해 나치에 대한 투쟁을 부추겼다.

영국이 이처럼 망명객의 피난처로 각광받는 것은 우선 영어 때문이다. 어느 나라 출신이건 상류층은 대부분 영어를 하기 때문에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 런던은 또 다양한 인종이 뒤섞인 도시여서 눈에 띄지 않고 살기에 좋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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