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은 석유에서 나온다… ‘에너지 정치’ 시대로

  • 입력 2006년 7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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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미국은 오래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이란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일부 유럽 국가까지 강한 제재 조치에는 반대하고 있다.

#사례2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 미국은 중남미에서 반미(反美) 움직임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 역시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막대한 석유 자원의 힘 때문이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에서 ‘석유의 힘’이 갈수록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이른바 ‘에너지(석유)정치학’이다. 물론 과거에도 석유의 영향력은 컸다. 그러나 지금은 석유라는 변수가 국제정치의 지형 자체를 바꿀 만큼 파괴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란.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부르면서 이란을 압박해 온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있다.

이란이 석유 수출 중단이나 축소를 발표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이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 때문에 국제사회는 대이란 제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라크전쟁이 시작될 때만 해도 배럴당 27달러였던 국제유가는 이제 70달러를 훌쩍 넘었다.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5달러 오를 때마다 이란의 수입은 ‘매주 8500만 달러’가 증가한다. 이란은 지난해 중국이 소비한 석유의 11%를 공급했다.

물론 이란도 주 수입원인 석유 수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 막대한 정치적, 경제적 타격을 받기 때문에 ‘석유무기화’ 조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란이 일시적으로 석유 수출 중단 조치만 내려도 국제 원유시장이 받게 될 타격이 적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보수파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같은 리스크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이란에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석유정치학은 이란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입지가 최근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소련 해체 이후 국제사회에서 점차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던 러시아는 자원을 무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국이 소비한 석유의 10%를 공급했다. 또 유럽 국가에 대한 주요 가스 공급처이다.

여기에 최근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자원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면서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빼놓고 국제정치를 이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을 만큼 에너지 변수의 힘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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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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