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리 공포’ 숨죽인 세계경제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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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긴축 공포’로 최근 한 달 사이에 글로벌 주가가 동반 폭락하면서 전 세계가 미국 경제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선진 7개국(G7) 중 미국을 제외한 6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주춤하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부각된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14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 중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 물가도 2.4% 올라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이미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갤런당 2달러 초반이었던 가솔린 가격은 이제 1년 가까이 갤런당 3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인상 행진은 중단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14일 시카고 선물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29일 금리를 5.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86%에서 100%로 높여 금리선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음 회의인 8월 8일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49%로 높여 잡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가능성은 21%였다.

문제는 FRB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에 ‘다걸기(올인)’할 경우 이미 성장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점.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금리가 연말에 6%까지 치솟을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주택시장의 냉각이 소비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 ‘과도한 긴축’ 가능성은 미 경제에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최근의 주가 폭락도 균형 성장을 위한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이와 관련한 분석 기사를 싣고 “많은 전문가는 최근 주가 폭락을 경기침체의 전조라기보다 과잉 유동성에 의존한 과거의 고성장 궤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최근 금융시장의 혼돈은 시장이 인플레이션, 국제유가, 금리 등 그동안 무시해 왔던 리스크를 다시 인식하게 된 데 따른 결과”라며 “이는 시의적절한 조정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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