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백수가 좋아…美 푸에르토리코 48%가 빈곤층 선택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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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토이지만 한국보다 못사는 지역이 있다면?

믿어지지 않지만 실제 이야기다. 서인도제도에 있는 관광 휴양지로 유명한 푸에르토리코는 인구가 392만 명으로 미국에 속한 자치령. 1917년 이후 모든 주민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해외에 나갈 때도 미국 여권을 가지고 다닌다.

○ ‘아시아의 용’보다 못사는 지역 전락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의 용’보다도 훨씬 잘살았던 푸에르토리코가 이제는 이들 국가보다도 훨씬 못사는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2004년 기준으로 푸에르토리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000달러로 미국에서 대표적인 가난한 주(州)로 분류되는 미시시피 주의 절반에 불과하다. 전체 주민의 48%가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하에 속한다. 이 같은 빈곤층 비율은 미국 평균의 4배.

1950년대와 60년대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던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연방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역설적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과도한 지원과 이에 따른 ‘복지병’이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제공되는 연방정부의 지원금 액수가 푸에르토리코의 소득 기준으로는 매우 높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힘들게’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기보다는 아예 ‘빈곤층’으로 분류돼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 현재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평균 주민 개인소득의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 쇼핑 즐기는 실업자 많아

이에 따라 푸에르토리코에는 매일 아름다운 해변을 한가롭게 거닐거나 쇼핑을 즐기는 ‘실업자’가 많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미국 본토에 비해 싸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보조금만으로도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열심이 일하는 인센티브가 줄어든 것이다. ‘부자 연방정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오히려 경제의 활력에 ‘독(毒)’으로 작용한 셈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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