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만경봉호? 오거나 말거나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25분


코멘트
북한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선으로 유일한 만경봉호가 정박한 니가타(新潟) 시 서항(西港) 중앙부두. 북한 공작원들이 1977년 여중생 요코타 메구미를 납치해 간 해안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31일 오전 8시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계 민족학교 학생을 태운 관광버스 3대가 중앙부두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1시간이 넘도록 까다로운 출입국 수속과 세관 검사를 거친 뒤 승선을 마쳤다.

161명의 승객 중에는 친지 방문차 가는 일반인도 섞여 있었으나 3분의 2가량이 학생들이라 9700t급 만경봉호는 ‘수학여행 전용선’ 같았다.

선착장 주변에는 경찰관과 항만사무소 직원 등 30여 명이 경계를 펼치고 있었지만 크게 긴장감은 없는 듯했다.

만경봉호는 해상보안청과 니가타 현 경찰 소속 경비정이 주위를 맴도는 가운데 오전 10시 동해 쪽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전 만경봉호가 입항했을 때 선착장에서 ‘만경봉호 돌아가라’ 등 항의 구호를 외치던 일본인 납북자 관련단체 회원 20여 명의 모습도 이젠 보이지 않았다.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한 뒤 북한 혐오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3년과는 크게 달라진 풍경.

항만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가두 선전차 100여 대가 전국에서 몰려들어 부두가 떠나갈 듯한 확성기 소음을 쏟아 냈지만 요즘은 4, 5대만 나타난다”면서 “항의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03년 8월 경찰관 등 공무원 2000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선박안전검사를 벌이며 ‘만경봉호 때리기’를 주도해 왔으나 최근에는 ‘약발’이 다했다고 보는 것인지 시들하다.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만경봉호 운항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북한 측에 경고해 왔으나 실제로 운항을 중단시킬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측의 ‘만경봉호 때리기’는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었다.

2002년 8501명이던 연 수송인원은 2003년 3133명으로 떨어졌다가 약간 회복됐지만 아직도 종전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화물수송량도 크게 줄었다.

한 외교소식통은 “수송실적이 준 것은 납치문제로 일본 여론이 악화되면서 총련의 조직력이 약화되고, 회원이 급감한 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당분간 반전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가타=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