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밀입국 공동대응…EU “카나리아 봉쇄”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구미 선진국들이 밀입국자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국이 20일 멕시코와의 국경에 높은 장벽을 쌓기로 결정한 데 이어 24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아프리카 밀입국자를 막기 위해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카나리아 제도 감시 강화=EU 회원국들은 이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회의를 열고 아프리카 밀입국자 차단을 위한 공동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공동대응에 합의한 8개국은 우선 지리적으로 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유럽 밀입국 통로로 즐겨 이용되는 스페인에 군함과 인력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EU 법무·치안담당 집행위원은 “아프리카 모로코 해안에서 1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경비정과 비행기, 신속대응 팀을 파견해 해안을 순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밀입국자 송환에 쓸 자금으로 6억∼8억 달러 규모의 펀드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국가들의 공동 대응은 밀입국자 문제를 더는 개별 국가의 문제로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유럽 지역에서 추방된 밀입국자만 20여만 명. 특히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영어와 프랑스를 구사할 줄 아는 아프리카 밀입국자들이다. 이들은 일단 유럽지역에 발만 붙이면 무비자 여행의 장점을 활용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지만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

유럽 국가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유입되는 밀입국자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프리카의 청년 인구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아 잠재적인 밀입국자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공동대응의 한계=카나리아 제도에서 체포된 밀입국자는 지난해 1년간 4700여 명이었으나 올해는 5월 현재 7000명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주에만 무려 1500여 명이 체포됐다.

이들이 체포를 각오하고 카나리아 제도에 밀입국하는 이유는 40일 이내에 국적을 밝혀내 송환하지 못하면 석방하게 되어 있는 스페인 관련 법률의 약점을 노려서다. 수용소에서 40일만 버티면 원하는 유럽국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 국가 중 일부에서는 밀입국자 관련법을 통일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또 다른 고민은 아프리카의 나라별 정치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송환했다가는 자칫 비인도주의적 조치란 비난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공동대응에 참여키로 한 8개국 가운데 2개국은 아예 자국 이름을 공개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또 ‘송환해도 안전한 아프리카 국가’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한 논의도 이견 때문에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