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스라엘’ 안된다니…유대인 설립 美대학, 전시회 검열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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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 알 아자(13) 군이 그린 팔레스타인 부자의 모습. 2000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피해 담벽 아래 쪼그려 앉아 있다.
사마 알 아자(13) 군이 그린 팔레스타인 부자의 모습. 2000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피해 담벽 아래 쪼그려 앉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브랜다이스대에 다니는 리오르 핼퍼린(27) 씨는 ‘평화를 구축하는 예술’ 수업의 학기말 프로젝트로 전시회를 기획했다. 이스라엘 여군 출신인 그는 베들레헴의 난민캠프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연락했고 그를 통해 팔레스타인 소년 소녀들이 그린 그림을 건네받았다. 팔레스타인 깃발이 나부끼는 텐트촌에서 목발을 짚은 다리 없는 소년, 피가 흥건히 고인 바닥에 누워있는 소녀를 위협하는 불도저, 푸른색 철조망에 앉아 피 흘리는 비둘기가 그림 속에 담겨 있었다.

핼퍼린 씨는 17점의 그림을 가지고 대학 도서관에서 2주 일정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온 목소리’전(展)을 열었다. 그러나 전시회는 4일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대학 측이 그림을 철거해 버렸기 때문.

대학 측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한 측면에서만 묘사한 그림들”이라고 지적했다. 핼퍼린 씨는 “대학이 검열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 ‘사건’을 두고 학교 내에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스턴글로브가 3일 보도했다.

1948년 미국계 유대인이 설립한 브랜다이스대는 학생의 50%가 유대인이고 전통적으로 친(親)이스라엘 성향의 학교. 그림이 전시되자 학생들은 대학 측에 “이스라엘의 관점이 결여돼 있는 조화롭지 못한 전시”라고 항의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핼퍼린 씨에게 자발적으로 전시회를 그만두도록 권유했으나 그가 거부하자 지난달 30일 그림을 철수했다.

핼퍼린 씨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 있는 10대가 꽃과 풍선을 안 그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이스라엘이나 미국계 유대인을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듣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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