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세계경제전망]<中>日무역진흥기구 와타나베 오사무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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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여러 모임에서 기업인들을 만났는데 모두 표정이 밝아요. 1년 전 이맘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기가 넘칩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얼굴은 거짓말을 안 하는 모양입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와타나베 오사무(渡邊修·65·사진) 이사장은 10일 JETRO 접견실에서 기자와 만나자마자 일본 재계의 들뜬 신년 하례식 분위기부터 전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들어섰다”며 올해도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가 언제부터 좋아진 겁니까.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2002년 초였습니다. 그때는 멀쩡한 기업까지 도산 공포에 떨었고 직장인들은 일자리를 잃지나 않을까 움츠렸습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를 하지 않으니 내수가 나빠지고, 물건이 안 팔려 기업 실적이 나빠지니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업들이 불황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을 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이때쯤입니다. 전자 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더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이 시장 기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각종 개혁 조치를 발표한 것도 좋은 영향을 미쳤어요.”

―일본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선 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1990년대 초반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설비 고용 부실채권이라는 ‘3대 과잉’의 늪에 빠졌어요. 흔히 1990년대를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3대 과잉을 해소한 10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에 힘을 쏟은 결과 총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8%에서 4%대로 낮아졌고, 과잉 설비 해소로 손익분기점이 낮아지면서 기업의 수익 구조도 좋아졌어요.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용 과잉도 많이 해소됐습니다.”

와타나베 이사장은 “고이즈미 정권이 공공사업 지출을 억제하고 도로와 우편사업 민영화를 통해 민간의 활력을 살린 것도 경기를 살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전 내각이 재정 부담을 무릅쓰고 대규모 공공투자로 수요를 창출하는 역할을 감당해 경기의 급속한 감속을 억제한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물가로 인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국면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디플레이션 탈출이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이르면 봄, 늦어도 여름쯤엔 일본 정부가 디플레 탈출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봅니다.”

―일본 경제의 과제를 꼽는다면….

“장기불황 때 정부가 공공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지출해 재정수지가 지나치게 악화됐습니다. 선진 7개국(G7) 중 최악인 재정적자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최대 과제입니다. 늦어도 2010년엔 증세가 불가피할 텐데 정치권이 인기 없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일본 경제를 되살린 또 다른 변수는 ‘중국 특수’입니다. 중국의 비중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중국에만 국한할 문제는 아닙니다. 일본 기업의 수익 구조가 개선된 것은 동아시아의 경제 통합이 상당한 수준까지 진척됐기 때문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역내 국가들과의 분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한 것은 물론 새 비즈니스 모델도 찾아냈습니다. 일본 한국 중국이 경쟁적으로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서고 있는데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주제, 즉 3국 간의 FTA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한국 경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환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한 과정을 보고 감명을 받았는데 최근 몇 년은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 LG처럼 기술력이 뛰어난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건 한국 경제의 강점입니다. 소니가 삼성과 제휴하고 스미토모화학, 호야 등 일본 기업들이 대한(對韓) 투자를 늘린 것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에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밝습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와타나베 오사무 이사장은

△1940년생

△1964년 도쿄대 법대 졸업. 통상산업성 근무 시작

△1978년 일본무역진흥기구 뉴욕센터 차장

△1987년 다케시타 내각 총리 비서관

△1992∼1997년 통상산업성 무역국장, 기계정보산업국장, 산업정책국장 등 역임

△1997년 7월 통상산업성 사무차관

△2002년 7월 일본무역진흥기구 이사장(현)

△고이즈미 내각 대외경제관계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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