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파병 ‘報恩의 4시간’

  • 입력 2005년 11월 2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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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4시간 10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몽골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1일 수도 울란바토르에 짧게 머물렀다.

대통령 일행보다 앞서 오전 9시에 공항에 도착한 취재진은 눈부신 햇살, 겨울 안개와 엉긴 스모그, 북한의 시골을 연상시키는 무채색의 거리를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곳을 “고향인 텍사스 주 목장지대를 연상하게 한다”고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은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과 함께 칭기즈칸 복장을 한 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곧바로 정부청사에서 단골메뉴가 돼 버린 ‘민주주의 확산’ 연설을 했다.

메시지는 두 가지. 옛 소련 치하를 벗어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선택한 몽골을 평가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국가 재건 작업에 헌신하고 있는 몽골에 감사를 표하는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을 ‘제3의 이웃’으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몽골이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건너야 나타나는 미국을 전략적 인접국으로 여겨 달라는 뜻이다.

말을 탄 개척자가 자연과 싸워 가며 나라를 세웠고,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선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두 나라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고 애써 강조했다.

미국의 몽골 사랑에는 ‘전자계산기’가 좀 필요하다. 몽골은 아프간에 50명, 이라크에 120명을 파병했다. 미국 정부는 “인구 대비 파병 비율을 따져 보면 몽골은 3등”이라고 했다. 몽골의 전체 인구는 270만 명, 전체 군인 수는 1만1000명 선.

미국은 특히 몽골 군인들의 용맹함에 감사를 표했다. 한국과 일본이 국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라크의 ‘안전지대’에서 거의 사망자 없이 1년 넘도록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몽골 병사들은 차량폭탄 테러범에 정면으로 맞서 테러범을 제거하는 공적을 남겼다.

미국도 그런 몽골에 각종 경제 지원으로 보답하고 있다. 몽골 군 병력을 미국에서 교육하는 데 올해에만 18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투입했다. 금융 지원 사업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몽골 끌어안기는 ‘대(對)중국 견제’와 동전의 양면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몽골은 중국의 머리 위에 올라앉은 듯한 전략지정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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