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상대 한센인 소송]한국인 청구기각-대만인은 승소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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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한센병(나병) 환자라는 이유로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강제 격리됐던 한국인 피해자 1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금 청구소송을 냈으나 25일 일본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반면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이날 대만 내 격리시설에 수용돼 있던 한센인 25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록도 재판부’인 도쿄(東京)지법 민사 3부는 이날 “일본의 한센병 보상법의 적용을 받는 시설 명단에 소록도 갱생원이 들어 있지 않은 만큼 일본 정부는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반면 대만 측 소송 재판부인 민사 38부는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보상을 거부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위법”이라며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2001년 제정된 한센병 보상법은 보상 대상을 ‘국립 한센병 요양소 및 후생노동상이 별도로 정한 시설에 입소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소록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는 게 원고 측인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다. 일본 정부는 대만 러성위안(樂生院)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폈다.

도쿄지법이 같은 사안에 대해 엇갈린 법 해석을 내놓자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들은 일본 국회가 2001년 한센병 보상법을 만들 때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소록도 문제를 쟁점화했다면 이 같은 판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 측 변호인인 박영립(朴永立) 변호사는 “소록도 재판부가 역사적 진실과 정의를 외면한 결과”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일본, 대만 변호인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한센병 보상법의 입법취지를 따져보면 같은 일본의 절대격리 정책에 의해 요양소에 입소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과 대만의 한센인들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01년 구마모토(熊本)지법이 나병예방법(1996년 폐지)에 따른 강제 격리 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그해 제정된 한센병 보상법에 따라 자국 한센인들에 대해서는 1인당 800만∼1400만 엔을 보상했지만 한국의 소록도와 대만 러성위안 등 일본 이외의 지역에 있는 시설의 피해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해 왔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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