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빙하 사라지면 400만 삶의 터전도 사라진다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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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극권에 자리 잡은 작은 어촌마을 비코프스키. 이곳 이벤크 족 주민들은 최근 해마다 5∼6m씩 마을 쪽으로 다가오는 해안선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 다음 대에는 바다에 잠길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에만 이런 마을이 457개에 이른다.》

▽사라지는 동토의 삶=북극권 가장자리에 위치한 러시아 페초라 탄전의 보르쿠타 시 13만 명 주민들도 요즘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구동토층 위에 건설된 도시 건물의 80%가 지반이 녹으면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북극의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북극권 8개국 400만 명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얼음으로 착각해 북극곰이 어선에 기어오르는 현상도 최근 쉽게 볼 수 있다. 빙하가 사라지면 북극곰은 멸종될 수밖에 없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빙하가 녹기 시작하자 각국이 전 세계 석유 및 가스의 4분의 1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에너지 자원의 보고인 북극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노르웨이 북쪽 해안에만 시추기지가 50여 개나 건설됐다.

올해 북해에서 바렌츠 해를 거쳐 유조선으로 운반된 석유는 1억4600만 배럴. 파도가 거의 없는 북극에서는 유출 사고가 나면 기름이 오랫동안 수면 위에 떠다닌다.

유엔은 2001년 보고서를 통해 북극 지역의 15%만 개발권에 있으나 2050년에는 80%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태계의 파괴를 견디다 못해 얼음과 사냥만을 알던 에스키모족들은 지난해 변호사를 고용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스키모 마을 하나를 옮기는 데는 1억 달러(약 1055억 원) 이상 든다.

▽대재앙의 전주곡=북극의 빙하는 1만1000년 동안 녹은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 미국빙설자료센터(NSIDC)는 최근 5년 동안 북극 빙하의 25%가 사라졌으며 반세기 안에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동토대에 묻혀 있던 메탄가스가 대기로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강한 온실가스다. 동토대에는 전 세계 메탄 매장량의 4분의 1인 700억 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메탄의 증발은 지구의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이는 다시 더 많은 메탄을 방출하게 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급격한 온난화에 따른 기상재해 피해액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날 것으로 추산된다. 수조 달러로 추산되는 북극의 자원을 노려 인류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녹아내리는 북극은 인류에게 주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은 대재앙을 안길 수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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