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OECD차기사무총장 1차투표 D-3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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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20개 구(區) 가운데서도 부자 동네로 꼽히는 파리 16구. 고풍스러운 아파트가 밀집한 한적한 주택가다. ‘부자나라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 건물은 바로 이곳 16구에 있다.

동네 분위기처럼 늘 조용하던 OECD가 요즘 차기 사무총장 선거를 맞아 술렁거리고 있다. 사무국에서 지근거리인 OECD 한국대표부 직원들도 분주해졌다. 한국의 한승수(韓昇洙·69) 전 부총리가 사무총장에 입후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다. 이듬해 외환위기를 맞는 바람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받기도 했던 한국이 과연 10년 만에 OECD 사무총장 직을 차지할 수 있을까. 가입한 지 30년이 넘은 일본도 아직 차지하지 못한 자리다.

일단 17일에 있을 1차 투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표는 30개 회원국이 3명을 순위별로 써내게 해 하위로 밀린 후보자를 차례차례 탈락시켜 최종 후보 3명을 추리는 방식. 이 3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하는데 그 방식은 나중에 정한다. 차기 총장은 12월 1일까지 결정된다.

▽후보로 나선 사람들=모두 6명이 입후보했다. 대륙별로 골고루 후보를 낸 것이 특징. 아시아에선 한 전 부총리와 일본의 다케우치 사와코(竹內佐和子·53) 전 총리경제자문위원이 후보로 나섰다. 다케우치 후보는 도쿄대 공과대학원 부교수이며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폴란드가 후보를 냈다. 프랑스의 알랭 마들랭(59) 후보는 변호사 출신으로 재무장관을 지냈다. 폴란드에선 마레크 벨카(53) 총리가 후보로 나서 눈길을 끈다. 벨카 후보는 경제학 박사로 폴란드의 경제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

이 밖에 앙헬 구리아(55) 전 멕시코 재무장관, 앨런 펠스(63) 전 호주 공정거래위원장이 출마했다. 구리아 후보는 공공부문 경제 전문가로서 세계 각국의 공공 기관과 기업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펠스 후보는 호주, 뉴질랜드 정부가 공동 설립한 행정학교 학장을 맡고 있다.

▽치열한 득표 활동=7월에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그동안 득표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 전 부총리는 7월과 9월 파리를 방문해 각국 대표부 대사들과 연쇄 접촉을 가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어 바쁜 탓에 OECD를 중심으로 선거 활동을 펼친 것. 일본과 호주의 후보는 세계를 유람하다시피 하며 회원국을 직접 방문했다.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현지 대표부 대사들이 본국에 올리는 보고가 결정적이므로 파리에서의 활동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자평했다. 권오규(權五奎) 대표부 대사와 공사들도 회원국의 대사 및 차석들과 일대일로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시간이 걸려도 ‘각개격파식’ 활동이 득표에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판세는 ‘3강 3약’=사무국 안팎에선 판세를 ‘3강 3약’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국 폴란드 멕시코 후보가 ‘3강’에 들고 나머지는 ‘3약’으로 분류됐다. 한 전 부총리가 처음 입후보했을 때 파이낸셜타임스가 “인물은 훌륭하지만 국가 배경이 약하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3일에는 회원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정견 발표회가 있었다. 한 전 부총리는 △사무총장이 겸하고 있는 이사회 의장을 별도 임명하고 △OECD의 활동을 미래에 대비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개혁안을 내놓아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국가원수급=OECD 사무총장은 어떤 나라를 방문하든 국가원수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2000여 명의 사무국 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연 4억 유로(약 5000억 원)의 예산권을 행사한다. 경제학자 법학자 과학자 등 700여 명으로 구성된 세계적 싱크탱크를 총괄 운영하는 책임자이기도 하다. 한편 도널드 존스턴 현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에 끝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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