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의미 “불량國 核차단공로”… 北 부담 느낄듯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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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7일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직후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평화상 수상이 핵무기 확산 방지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빈=AP 연합뉴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7일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직후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평화상 수상이 핵무기 확산 방지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빈=AP 연합뉴스
“군축(disarmament)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핵무기가 (불량)국가와 테러조직에 확산될 위험이 있는 때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활동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 IAEA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3) IAEA 사무총장을 올해의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선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국들(이른바 ‘핵클럽’)은 핵무기 폐기 노력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고 북한과 이란의 비밀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데다 핵무기가 테러조직의 손으로 흘러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확산 방지 감시기구로서의 IAEA의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 IAEA의 각종 회의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와 이란 북한에 동정적인 다른 국가들 간의 대결로 인해 번번이 ‘토크쇼’ 수준으로 폄훼당하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 IAEA의 노벨 평화상 수상은 핵무기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고 IAEA의 위상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장 북한과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2년 말 NPT 탈퇴를 선언하고 IAEA 사찰관들을 추방한 뒤 지난달 베이징(北京) 6자회담 합의를 통해 NPT 복귀를 약속했다. 그동안 IAEA는 매년 총회 때마다 북한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왔고, 최근 NPT 검토회의에선 북한처럼 일방적으로 NPT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IAEA와 함께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공동 수상한 것은 그가 번번이 미국과 부딪치면서도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그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북한이 NPT를 탈퇴하자 “핵 확산 방지체제에 대한 심각하고 직접적인 도전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최근 6자회담 합의에 대해선 “곧 IAEA 사찰관이 북한에 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엘라바데이, 이집트출신 3선…IAEA, 57년 출범▼

7일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57년 핵에너지의 경제성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한 국제협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엔 산하의 독립기구.

유엔 산하 기구로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2001년), 유엔평화유지군(1988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1965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1954, 1981년)에 이어 6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이다.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핵물질의 저장과 보호 및 평화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의 창설을 제안한다. 이에 따라 1957년 7월 29일 IAEA가 발족했다.

IAEA는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기초해 핵 안전조치 조항을 마련하고 이행을 감시하는 책임도 지고 있다. NPT는 핵무기 보유국을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외의 비보유국들은 IAEA와 평화적 핵 안전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평화상 공동수상자인 이집트 외교관 출신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1997년 사무총장을 맡은 뒤 핵 군축 관련 전문지식과 뛰어난 협상력으로 지난달 26일 3선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 뉴욕대 국제법 박사인 엘바라데이는 1964년 이집트 외교관으로 공직을 시작했으나, 1984년 법률 고문으로 IAEA에 들어온 뒤 1993년 대외관계 사무부총장까지 오르는 등 IAEA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1997년엔 한스 블릭스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출마해 한국의 정근모(鄭根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 개전을 앞두고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사들였다’는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부풀릴 때마다 이의를 제기했고, 이 때문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불화를 빚어 왔다. 한편 독일 DPA통신은 이날 발표 1분 전 “미국의 반핵 정치인인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과 샘 넌 전 상원의원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1942년 이집트 카이로 출생

1962년 카이로대 졸업(법학 전공)

1974년 미국 뉴욕대 법과대 박사학위 취득(국제법) 이집트 외무장관 특별보좌관(∼1978년)

1981년 뉴욕대 법과대 조교수(∼1987년)

1993년 IAEA 대외관계 사무부총장

1997년 IAEA 사무총장 피선

2001년 IAEA 사무총장 재선

2005년 IAEA 사무총장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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