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전환기 2020]싱가포르-인도 영재교육 현장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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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국력인 시대다. 아시아 각국은 특히 인재 양성에 미래의 명운을 걸고 있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을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학시켜 미국에서도 화제가 된 싱가포르 래플스주니어칼리지의 수업시간. 싱가포르 정부는 해외 명문대 진학자들이 원하기만 하면 유학비용까지 전액 지원해 준다. 싱가포르=특별취재팀
인재가 국력인 시대다. 아시아 각국은 특히 인재 양성에 미래의 명운을 걸고 있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을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학시켜 미국에서도 화제가 된 싱가포르 래플스주니어칼리지의 수업시간. 싱가포르 정부는 해외 명문대 진학자들이 원하기만 하면 유학비용까지 전액 지원해 준다. 싱가포르=특별취재팀
《‘2020년’은 글로벌 이슈다. 그때를 전후해 세계사적인 전환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제 지구촌의 공통 화두가 됐다. 대전환의 중심에는 ‘떠오르는 아시아’가 있다. 아시아의 급부상은 필연적으로 국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고령화사회의 도래가 예고된 한국은 사회적으로도 대변혁이 예상된다. 한 학자는 지진해일보다도 엄청난 천재지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환 또는 대변혁의 시기엔 도약이냐, 도태냐의 두 갈래 길밖에 없다. 15년 뒤는 멀지 않은 미래다. 2020년 대도약을 꿈꾸는 아시아 각국을 둘러보면서 한국을 돌아봤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아이비리그(미 동부지역 8개 명문 사립대) 입학 허가 114명.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론대 등 미국의 다른 명문대 입학 허가를 포함하면 381명.’

싱가포르 대학예비학교(한국의 고교에 해당)인 래플스주니어칼리지의 지난해 졸업생들이 거둔 성적이다. 전체 졸업생(742명)의 절반이 미 명문대에 진학한 것이다. 래플스는 미국을 빼고는 세계에서 아이비리그 진학 실적이 가장 좋은 학교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 저널에도 그 사실이 보도돼 이 학교는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비결이 뭘까. 지난주 래플스를 찾았다. 한국 기자는 처음이란다.

거기서 만난 우유잉(吳祐穎·17) 군의 꿈은 미 스탠퍼드대 입학. 영재중학교 수석졸업자인 우 군이지만 요즘엔 하루에 5시간도 자지 못한다. 다음 달 미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1550점 이상을 받는다는 게 그의 목표다. 래플스엔 5명의 입시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국가별로 분담해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한다.

하지만 래플스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싱가포르 최고의 학교지만 학비는 한 달에 싱가포르 달러로 28달러(약 1만7000원)만 받는다. ‘재능이 있으면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정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해외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원하기만 하면 매년 수천만 원의 학비를 정부가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그 대신 학업을 마친 뒤 반드시 싱가포르에 들어와 최소 6년간 정부나 정부산하 기업에서 일해야 한다. 윈스턴 호지 교장은 “역사는 23년밖에 안 됐지만 싱가포르 정부나 경제계의 요직에 동문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고 말했다.

▼인도工大…“나라의 미래 희망” 전폭 지원▼

인도에서는 해마다 1200만 명이 고교를 졸업한다. 그중 똑똑한 학생 20만 명가량이 인도공대(IIT)에 응시하나 합격생은 3800명뿐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입학 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환자가 많아 학내에 별도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다.

IIT의 7개 캠퍼스 중에서도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봄베이캠퍼스에서 만난 압히룹 메드헤카(19) 씨는 컴퓨터공학과 3학년. 대학 입학 전에 학부 수준의 수학 물리학 화학을 마치고 지금은 대학원 과정의 인공지능실험에 몰두하고 있다는 그는 “앞서가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우리 학교의 철칙”이라고 전했다.

그의 친구들도 자랑스럽게 “The survival of the fittest is the motto in IIT(가장 적합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것이 IIT의 모토다)”라고 말했다. IIT의 명성은 세계적이다. IIT 봄베이의 프라딥타 바넬지 국제관계담당학장은 “IIT 졸업생들은 인도의 희망”이라며 “수백 개의 글로벌기업이 인도에 몰려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유능한 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나 인도 모두 휴먼 캐피털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 보고 인재 육성에 나라의 미래를 걸고 있다. 그리고 인재 선발과 관리는 철저히 경쟁원리에 따르고 있다.

싱가포르·뭄바이(인도)=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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