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다카하시 교수 “日 우익세력, 민주주의 위협”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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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데쓰야 교수는?△1956년생△1983년 도쿄대 대학원 철학전공 박사과정 졸업△1984년 나고야 난잔대 문학부 교수△1986년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1995년∼현재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저서:‘국가주의를 넘어서’(삼인·1999), ‘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역사비평사·2000),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전쟁의 기억을 둘러싼 대화’(삼인·2002), ‘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삼인·2002)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는?
△1956년생
△1983년 도쿄대 대학원 철학전공 박사과정 졸업
△1984년 나고야 난잔대 문학부 교수
△1986년 도쿄대 교양학부 교수
△1995년∼현재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저서:‘국가주의를 넘어서’(삼인·1999), ‘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역사비평사·2000), ‘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전쟁의 기억을 둘러싼 대화’(삼인·2002), ‘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삼인·2002)
일본 우익세력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노골화하고 일본 역사교과서를 심각히 왜곡하는 가운데 일본의 양심과 지성을 대변해온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49) 도쿄대 교수가 서울대에서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강연을 가져 관심을 모은다.

다카하시 교수는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와 서울대 기초교육원 공동 기획으로 31일 오후 3시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정신의 자유와 일본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어 한일관계에 대한 토론도 벌어진다.

다카하시 교수는 국내에도 번역된 ‘국가주의를 넘어서’(삼인)와 ‘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역사비평사) 등 여러 저서들을 통해 일본의 ‘전후책임론’을 강조해 왔다. 그는 미리 제출된 강연문에서 한일 간 역사인식의 공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로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고통으로 가득 찬 과거에 관한 역사인식의 공유는 자유 평등 평화 등 민주적 가치들의 공유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왜 잘못이었으며 부당한 것이었는가? 그 이유는 식민지배가 한국인의 자유를 빼앗고 평등을 부정하고 평화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일본의 우경화가 일본과 한국의 헌법에서 조항까지 같은 제19조 사상 양심의 자유 보장, 제20조 신교(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사상 양심의 자유와 관련해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반주를 거부한 일본의 교사들이 지난해 봄까지 300여 명이나 직무명령 위반으로 처분된 사례를 들었다.

이는 메이지(明治)시대 ‘교육칙어’를 수업시간에 낭독한 뒤 고개 숙여 배례하는 것을 종교적 양심 때문에 주저했다가 파면당한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일본의 무교회주의 사상가)의 예가 100여년 뒤에 되살아난 꼴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과 관련해 일왕과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위헌 판결이 네 차례나 있었는데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그는 비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NHK 프로그램이 자민당 유력 정치인들의 압력으로 단축 방영된 사건을 꼽았다. 그는 이 압력의 주역으로 지목받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지지하는 ‘일본의 전도(前途)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들 모임’의 중심인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중요한 민주적 가치인 ‘정신의 자유’의 위기로 규정했다. 일본 우익은 한일 공통의 가치로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통찰은 민주주의 정부 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미국의 ‘민주적 평화론’과도 상통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외교카드로 활용될 여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일본의 메이지 헌법은 국왕의 하사품이었고, 평화헌법은 패전으로 굴러들어온 반면 한국의 헌법은 한국민이 오랜 기간 시련을 거치며 싸워서 획득한 것”이라며 “시련을 거친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은 일본인들은 한국인과의 연대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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