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해일]피해 왜 컸나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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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근해에서 리히터 규모 8.0(다음날 9.0으로 조정)의 지진이 발생했다.’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소재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TWC) 과학자들은 25일 인도양 해저에서 지진을 관측하고 급보를 띄웠다.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전 9시 14분이었다.

지진 발생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알려진 것은 이보다 2시간가량 뒤인 한국 시간 26일 오전 11시 9분. 이미 해일이 동남아 일대를 휩쓴 다음이었다.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진 발생 14∼15시간 만인 27일 0시 진앙으로부터 6000km 떨어진 아프리카 소말리아와 케냐 해안에 도착해 역시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지진 발생에서 해일이 닥칠 때까지 대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엄청난 사망자를 낸 것은 인도양 지역에 지진해일 경보체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찰스 매크리 PTWC 소장은 “지진을 감지한 직후 인도양 연안 국가들에 급히 알려야 했지만 이 지역에 경보시스템이 없어 우리로선 연락할 곳이 없었다”고 2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PTWC는 국제해일경보체제협력그룹(ICGTWS)에 가입해 있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이를 통보했으며 이어 미 해군당국, 해당 지역의 미 대사관, 미 국무부에 연락했다는 것.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인도와 스리랑카에는 지진해일 경보시스템과 파고(波高)측정기구가 없어 주민들에게 알릴 수 없었다.

태국은 ICGTWS 가입국이지만 서부연안에 파고측정기가 없어 해일 가능성을 제때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도양에 파고측정기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이 지역에서 해일 재앙이 일어나는 빈도가 700년에 한 번꼴로 드물기 때문이라고 매크리 소장은 지적했다.

미국 지진정보센터(NEIC) 웨이벌리 퍼슨 지구물리학자는 “지진해일은 바다 속 지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20분∼2시간의 대피시간이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지진이 감지되면 즉시 언덕으로 대피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크리 소장도 “이번 지진 후 해일 발생까지 1시간 내지 1시간 반의 여유가 있었고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는 데는 15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국은 하와이와 알래스카 두 곳에 지진해일 경보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와이의 PTWC는 태평양 100곳의 수위를 거의 리얼타임으로 파악한다. 한국도 PTWC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다. 경보시스템은 지진해일을 보통 3∼14시간 전에 예고할 수 있다.

1900∼2001년 태평양 지역의 지진해일은 모두 796건이 발생했다. 이 중 117건이 인명피해를 냈고 9건은 대규모 피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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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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