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지구촌 2004 하반기]찰스 젠킨스 外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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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젠킨스▼

찰스 젠킨스=1965년 주한미군 근무 당시 탈영해 월북한 찰스 젠킨스 씨가 7월 18일 가족과 함께 일본에 입국했다. 베트남으로 발령받을 것이 두려워 북한으로 넘어갔던 그는 북한에서 전쟁 이상의 고초를 겪었다. 간첩으로 의심받아 늘 감시당했으며 65년부터 72년까지는 매일 10시간씩 주체사상을 학습해야 했다.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수업을 거부하면 묶인 채 구타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생활이 너무 슬퍼 할 수만 있다면 40년 전 탈영하는 날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980년 납북된 일본인 소가 히토미 씨와 결혼해 두 딸을 뒀다. 소가 씨는 지난해 10월 일본과 북한의 납북자 송환 합의에 따라 일본으로 돌아왔고, 젠킨스 씨는 두 딸과 함께 뒤늦게 아내와 합류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8월, 다스칼라키▼

지안나 안젤로풀로스 다스칼라키 아테네올림픽 조직위원장=8월 13일 근대 올림픽이 108년 만에 고향 아테네로 돌아왔다. 아테네 올림픽의 중심에는 두 여성이 있었다. 다스칼라키 올림픽 조직위원장과 도라 바코야니스 아테네 시장. 특히 다스칼라키 위원장은 올림픽 사상 첫 여성 조직위원장이다.

1896년 제1회 대회에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여성의 몫은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이라며 여성의 올림픽 참가를 금지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테러에 대비해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조마조마하게 시작된 아테네 올림픽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인류 축제라는 찬사와 지나친 상업주의 행사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9월, 후진타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장강의 앞 물결은 뒷물결에 자리를 내주기 마련.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9월 공산당 제6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쩌민의 군사위원회 주석직마저 승계,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에 이어 중국의 4세대 지도자가 된 그는 2020년까지 세계를 미국과 중국의 양극 체제로 만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상하이방’ 등 장 전 주석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최근 중앙과 지방의 요직에 측근을 임명하고 군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친정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화웅비’를 기치로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후진타오 체제의 출범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리브▼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10월 10일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1978년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그는 83년 ‘슈퍼맨 3’까지 지구와 외계의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으로 맹활약했다.

95년 낙마해 목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어깨 아래로 전신마비가 됐으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했다. 휠체어에 앉아 영화에 출연하고 감독했다.

그는 장애인에게 재활 의지를 심어준 공로로 지난해 9월 미국의 노벨 의학상으로 불리는 ‘래스카상’ 공공부문상을 수상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해온 그의 죽음은 미국에서 배아 복제에 대한 찬반 논란을 끌어내기도 했다. 2004년 한 해 동안 세계는 리브 외에도 많은 예술계 인사들을 떠나보냈다. 7월 은막의 ‘대부’ 말론 브랜도가, 8월에는 흑인 음악의 거목 레이 찰스가 눈을 감았다.

▼11월, 부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미국이 그를 선택하는 순간, 세계 곳곳에서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부시 대통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가볍게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적지 않은 나라들이 미국의 독주를 걱정했다. 4년간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이 한다면 한다”는 식의 일방주의 외교를 펼쳐왔다. 유럽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공격을 감행했고, 미국 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교토 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다.

유럽과 유엔을 불신하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미국의 이런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12월, 유셴코▼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후보=12월 4일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야당의 유셴코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유셴코 후보 측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며 불복을 선언했고, 지지자들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연일 시위를 벌였다.

유셴코 후보 진영의 상징색을 따 ‘오렌지 혁명’으로 불린 이 시위는 결국 재선거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분열로 나라가 둘로 쪼개질 수도 있는 위기를 겪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이제 26일 재선거에서 결정된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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