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개방은 카다피 아들의 작품?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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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아들
카다피 아들
“민주주의가 (우리의) 미래다. 세계가 민주주의로 나가는데 리비아만 뒤처져선 안 된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지도자의 아들인 사이프 엘 이슬람 카다피 씨(32)가 하고 있는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리비아 현지 인터뷰 기사를 싣고 “35년간 아프리카형 사회주의 국가를 고집해온 리비아가 서구형 개방사회로 변모하기 시작한 데는 그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다피 지도자가 지난해 12월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한 데 이어 과거 리비아가 저지른 항공기 테러에 대해 배상을 약속하는 등 일련의 유화책을 도입한 이면에는 사이프 씨의 흔적이 엿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사이프 씨는 아버지와 전혀 딴판이다. 영어에 능숙하고 유럽에서 교육받았으며 카다피 지도자의 유목민 풍과는 다른 옷차림이다.

그는 14세 때인 1986년 미국의 폭격으로 집이 무너지면서 당시 네 살이던 여동생을 잃었다.

리비아와 서방의 갈등이 심화되던 1995년엔 스위스 당국이 그의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아 제네바대에서 쫓겨났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도 그를 거부했다.

그러나 사이프 씨는 1997년 ‘카다피 국제자선재단’을 설립해 리비아의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올해 3월엔 알 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아랍 국가들도 민주화해야 하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변화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이프 씨는 “지도자라는 것은 영원한 직업이 아니며 상속되는 것도 아니다”며 항간의 ‘권력세습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아버지 카다피 지도자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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