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색깔은 잿빛이었어요” 이라크 종군화가 美 멈포드씨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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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멈포드 씨가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사담 후세인 시절의 지대공 미사일을 해체하는 미군의 작업을 스케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스티브 멈포드 씨가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사담 후세인 시절의 지대공 미사일을 해체하는 미군의 작업을 스케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전쟁과 그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요소가 이라크에서 만났다. 이라크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쟁의 이면을 화폭에 담아 온 미국의 종군 화가 스티브 멈포드 씨(44·사진)가 주인공이다.

▽참전 자청한 화가=이라크전쟁이 일어난 뒤 한 달 만인 2003년 4월 그는 이라크를 향해 무작정 떠났다. 사전에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종군’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신문, 잡지 등 언론사들도 그를 채용하려고 하지 않았다.

웹진인 아트넷(Artnet)만이 그에게 취재 허가증을 내주었다. 경비는 자신의 그림을 팔아 마련했다. 일단 쿠웨이트로 가서 프랑스 기자 한 명과 바그다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지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스콧 러터 중령의 부대에 배속되는 데 성공했다.

순찰 중인 미군이 던져 주는 사탕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바그다드 어린이들. 2003년 10월 작품.

그는 이후 3차례에 걸쳐 모두 11개월 가까이 이라크에 머물면서 바그다드, 바쿠바, 티크리트 등지를 미군과 함께 누볐다. 보고 들은 내용을 아트넷에 ‘바그다드 저널’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현장에서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곁들였다.

멈포드 씨는 “이라크전쟁이 시작되자 ‘거기에 가야 하지 않겠어?’라는 스스로의 요청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선의 한계=16회까지 연재된 바그다드 저널은 다른 종군 기사와는 형식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갖가지 일화와 눈으로 보는 듯한 묘사로 가득하다. 오발사고로 숨진 부하의 이름을 외치는 한 선임하사의 절규에는 그도 스케치북에 눈물을 떨어뜨렸다.

바쿠바의 기지를 방문한 한 맥주회사 여자 모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미군들. 2004년 8월 작품.

멈포드 씨는 주로 미군기지 안에 머물면서 미군과 민간 계약업자들을 그렸다. 따라서 그림은 일상적이고 단조롭다. 미군이 던진 사탕을 줍거나 심부름을 해준 뒤 수고비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소년들의 그림도 있다.

따라서 지난해 가을 전시회를 열었을 때 전쟁터 같지 않은 그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내가 본 이라크”라고 반박했다. 이라크 체류기간의 90%는 평온했다는 것.

그가 겪은 바그다드 시민은 미군은 미워하지만 미국인은 싫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인 화가를 ‘별난 친구’ 정도로 여겼음직하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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