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전쟁기업 록히드 마틴]美 국방부 움직이는 실세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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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 전투기
F-16 전투기
《“이라크 치안을 담당할 군인이 부족하다고요? 록히드가 ‘로봇 군인’을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 방위산업체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록히드마틴사의 로버트 스티븐스 사장은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신감을 나타냈다. NYT는 그런 모습에서 록히드사가 미국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깜짝 놀랄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산업체는 이제 피동적인 ‘주문생산’을 넘어 능동적으로 정책에까지 간여하는 ‘전쟁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입지=미국 방산업체의 빅5는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 이들은 지난해 미 국방예산(3800억 달러·약 395조 원)의 15%를 가져갔다.

특히 록히드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10년간 정보기술 제국을 준비해온 록히드는 국방부는 물론 우체국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사일용 로켓과 첩보위성의 센서 등 무기뿐 아니라 차량 통행까지 모니터한다.

미 국방부의 무기 구입비용은 2001년 600억 달러에서 2004년 81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 중 록히드로부터 구입한 것이 2001년 240억 달러, 2003년 320억 달러에 달한다. 국방부의 수의계약 수주에서도 록히드는 단연 1위다.


록히드는 현재 미 육군 해군 공군과 10여 개 동맹국이 공동으로 사용할 차세대 전투기(F-35)를 개발하고 있다. 2000억 달러에 이르는 국방부 최대의 프로젝트인 F-35가 개발되면 대당 수십억 달러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40여 개국에 전투기와 무기를 팔아온 록히드는 F-35를 4000∼5000대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평론가인 존 파이크 씨는 “예전엔 단지 비행기 제조회사였던 록히드가 이제는 전쟁 회사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적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록히드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록히드 출신 인사들이 정부 부처 곳곳에 포진하면서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스티븐 해들리 씨를 비롯해 국방부 무기구매담당관, 국방과학위원회 위원 등이 이 회사를 거쳐 갔다.

▽바뀌는 미래 전쟁 양상=냉전시대 방산업체들은 ‘핵무기 제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스티븐스 사장은 “냉전시대의 슬로건은 ‘두려움을 가져라’였지만 이제는 두려움을 주라’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쟁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방산업체들은 무고한 사람의 희생이나 오발이 없고, 오류를 피하면서도 적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안겨주는 스마트 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산복합체가 ‘정책 선도역할’까지 맡고 나서는 데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비영리 기구인 정부감독프로젝트의 대니얼 브라이언 씨는 “어디까지가 정부의 업무이고, 어디부터가 록히드와 같은 방산업체의 업무인지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여우에게 닭장을 맡긴 격”이라고 비난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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