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교’ 두모습]中, 풀려가고… 濠, 꼬여가고…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50분


코멘트
▼中, 남미 이어 시장경제지위 획득▼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이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MES)’를 공식 인정했다.

30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ASEAN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제8차 ‘ASEAN+중국’ 정상회의에서 전면적 경제협력 화물무역협정에 서명하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ASEAN은 지난달 하순 중국에 MES를 인정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앞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최근 남미 순방을 통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로부터 MES를 인정받았다.

이로써 중국은 ASEAN 10개국과 남미 4개국, 일부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국가까지 약 30개국을 MES 인정국가로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은 중국이 시장을 자율에 맡기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의 MES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여러 차례 중국으로부터 MES 인정 요구를 받았으나 완곡하게 거부한 바 있다.

중국이 정상외교에서 MES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은 선진국의 통상압력과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서다.

MES 인정을 받지 못하면 미국 등으로부터 반덤핑 제소를 당했을 때 멕시코 등 제3국 가격을 기준으로 덤핑 여부를 판정받는 불이익과 함께 수출제품 가격과 관련해 환율절상 압력에 시달려야 한다.

:시장경제 지위: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 임금, 환율, 제품가격 등이 결정되는 경제체제를 갖추었다고 상대 교역국이 인정해 주는 지위.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비시장경제지위’를 최장 15년간 감수하기로 했다. 아직도 당국이 경제를 통제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濠, 불가침조약 요청에 입장 난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추진 중인 호주가 ASEAN 국가들의 ‘불가침’ 조약 체결 요구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10개 ASEAN 회원국은 지난달 29일 정상회의에서 존 하워드 호주 총리에게 영토존중, 내정불간섭,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규정한 동남아우호협력조약(TAC) 체결을 요청했다.

ASEAN은 회원국 외에 중국 등 7개국과 TAC를 체결했고, 한국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놓은 상태. 따라서 이번 회의에 참석한 호주와 뉴질랜드에 TAC 체결을 요청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 요청에 난감해하고 있다. TAC를 체결하는 것은 미국, 뉴질랜드와 체결한 집단안보조약인 태평양안보조약(ANZUS)에 어긋나며, 내정불간섭 조항으로 인해 미얀마 등 일부 국가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하워드 총리가 지난 총선에서 필요하면 동남아지역의 테러리스트를 선제공격하겠다고 밝힌 입장과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ANZUS에 소속된 뉴질랜드는 TAC 체결에 긍정적이어서 호주 정부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잃었다.

ASEAN은 호주가 조약 서명을 계속 거부한다면 호주를 더 이상 ASEAN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워드 총리는 “TAC 문제는 FTA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ASEAN의 강경한 태도에 곤혹스러운 처지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