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미국의 반대자들도 파월장관을 존경했다”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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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파월, 세계가 아쉬워하다….’

AP통신은 16일 “세계의 지도자들이 사임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독불장군 식의 외교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 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합리적 온건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던 그의 노력에 대한 평가들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파월 장관과의 관계는 매우 진심어리고 생산적인 것이었다”며 “파월 장관의 다자주의는 유엔의 환영을 받았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 반대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도 “그는 독일의 친구였다”면서 사임을 아쉬워했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파월 장관은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스라엘 편향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아랍권 지도자들도 파월 장관이 ‘공정하고 위엄 있고 중도적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하면서 그의 사임으로 미 행정부의 중동 평화정책이 뒷걸음질치지 않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거나 반대했던 국가들도 하나같이 파월 장관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비범한 인물로 매우 오랜 기간 이 나라의 좋은 친구였다”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일본을 이해하고 우의를 증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그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백악관이 15일 공개한 사직서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문제를 세계에 주지시키고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탈냉전 시기 국제질서 재조정의 임무를 맡아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신망에 반비례해 국내 정치에서 파월 장관은 4년 재직기간의 대부분을 외롭게 보냈다.

UPI통신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그는 더 없는 적임자로 여겨졌으나 취임 직후인 9·11테러를 기점으로 이미 레임덕 현상이 시작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평생 공화당원이었던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제의했던 국무장관직을 거절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온건하고 신중한 국제주의적 색채를 불어넣은 그의 자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접근방식과 차이가 없었던 반면 자신이 섬긴 부시 대통령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외신들은 썼다.

취임 초기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과 정책 다툼을 벌이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도 했지만 점차 소외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국무부 안에서조차 중요 결정에서 배제됐다.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이 네오콘 세력을 등에 업고 중동정책에서 파월 장관을 제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으로서 임기를 채우겠다고 결심했고 온건파인 자신의 존재가 최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UPI통신은 평가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파월장관이 남긴 말·말·말▼

“미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어떤 허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은 붕괴되지 않기 위해 개방해야만 한다. 그러나 북한은 개방하면 어쨌든 붕괴될 것이다.”(2001년 3월 8일·상원청문회)

“폭력의 에스컬레이터가 다시 내려갈 때에만 평화협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2001년 3월 15일·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에 대해)

“나는 ‘왕따’가 아니다.”(2001년 9월 9일·강경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람은 60세가 되면 앞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남길 유산을 생각해 봐야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남을 비방하고,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경제를 파탄시킨 과거와 결별해 주민을 보다 밝은 미래로 이끌어야 한다.”(2002년 2월 17일·김위원장의 60세 생일을 맞아)

“우리는 WMD 저장고를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르며 그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2004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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