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파월, 세계가 아쉬워하다

  • 입력 2004년 11월 16일 16시 53분


코멘트
'떠나는 파월, 세계가 아쉬워하다'

AP 통신은 16일 "세계의 지도자들이 사임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독불장군식의 외교정책으로 국제무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아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합리적 온건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던 그의 노력에 대한 평가들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파월과의 관계는 매우 진심어리고 생산적인 것이었다"며 "파월의 다자주의는 유엔의 환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파월 장관은 "독일의 친구였다"면서 그의 사임을 아쉬워했다.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파월 장관은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스라엘 편향 정책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많은 아랍권 지도자들도 파월 장관이 '공정하고 위엄있고 중도적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하면서 그의 사임으로 미 행정부의 중동 평화정책이 뒷걸음질치지 않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거나 반대했던 국가들도 하나같이 파월 장관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파월 장관은 비범한 인물로 매우 오랜 기간 이 나라의 좋은 친구였다"며 존경과 감사의 뜻을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파월 장관은 일본을 이해하고 우의를 증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그에게 진심어린 존경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파월장관은 백악관이 15일 공개한 사직서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문제를 세계에 주지시키고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탈냉전기 국제질서 재조정의 임무를 맡아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신망에 반비례해 국내 정치에서 파월은 4년 재직 기간의 대부분을 외롭게 보냈다.

UPI통신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으로 취임할 당시만 해도 그는 더 없는 적임자로 여겨졌으나 그의 레임덕 현상은 취임 직후인 9·11 테러를 기점으로 시작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선제공격개념을 부시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데 성공하면서 그는 소외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국무부 안에서조차 중요 결정에서 소외됐다.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이 네오콘 세력을 등에 업고 중동정책에서 파월을 제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파월은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으로서 임기를 채우겠다고 결심했고 온건파인 자신의 존재가 최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균형을 잡는데 여전히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UPI 통신은 평가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