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문제 드러낸 美 대선제도

  • 입력 2004년 11월 3일 15시 49분


코멘트
선거당일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승부만큼이나 미국 선거제도 자체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 그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국엔 우리나라처럼 모든 선거 방식을 자세하게 밝혀놓은 '통합선거법' 같은 것이 없이 지역 마다 연방헌법, 연방 및 각주의 법령 등에 따라 다른 투표 방식을 적용한다.

▽간접선거 방식=1787년 채택된 미국 헌법안에서 '광활한 영토'와 '통신의 불편'을 이유로 간접 선거를 규정한 이후, 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을 선거인으로 뽑아 선거인단 숫자로 대통령을 결정한다. 엄밀히 말해 2일 미국인들이 뽑은 것은 선거인단이었던 셈.

▽'승자독점(Winner Takes All)' 제도=각 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점하는 제도. 접전 지역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총 득표수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27표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불과 수천표 차이로 이기고도 27표의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식했던 것.

이러한 선거인단 운용방식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눠가져야하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권자 등록제도=미국민은 유권자로 등록을 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의 투표율이 통상 5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도 이같은 제도에 영향을 받았다.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유권자 등록기간이 지나면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을 둘러싼 선거전만큼이나 지지자들의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는 데 인적 물적 자원이 동원됐다.

▽복잡한 투표방식=투표방식도 가지 각색이다. 2000년 플로리다에서 문제가 됐던 투표용지에 펀치로 구멍을 뚫는 방식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플로리다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펀치카드방식도 여전히 쓰였다. 터치스크린 방식도 재검표가 필요한 경우에 확인할 수 있는 종이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다양한 투표시기=2일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미리 투표를 할 수가 있다. 부재자투표, 잠정투표, 조기 투표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복잡하다보니 유권자 신분 확인 절차, 중복 투표에 응할 가능성, 부재자 투표 용지 배달 등이 문제가 됐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