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드, 왜곡된 모습의 테러

  • 입력 2004년 6월 23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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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사우디 내 외국인 인질극,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와 김선일씨 참수….

이슬람 테러단체가 저지르는 만행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UPI통신은 23일 "김선일씨 참수 이후 이라크에 파병한 국가 가운데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유독 잔혹한 방식의 테러를 일으키는 정신적 근거는 무엇일까.

▽코란에 명시된 지하드(성전·聖戰)=7세기 이후 이슬람교는 아프리카와 남부 유럽, 아시아까지 급속도로 전파된다. 이는 주로 이슬람교가 '칼'을 통한 정복보다 '포용성'을 중시하는 교리에 힘입은 바 컸다. 노예해방, 종교 자유 등을 규정한 이슬람 교리는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코란은 "너희를 상대하여 싸우는 자에 대하여 하나님의 이름으로 싸우라"(2장 190절)며 지하드의 당위성을 규정해 놓기도 했다.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들이 중동을 식민지화했던 서구와 그들에게 압제를 가하는 미국에 대해 테러를 벌일 때마다 항상 들고나온 명분이 지하드였다.

▽테러는 지하드와 다르다=하지만 이슬람 전문가들은 테러와 지하드는 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코란은 지하드의 개념을 규정하면서, △개인이 선포할 수 없고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할 수 없으며 △적이 먼저 공격했을 때만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 이슬람신자위원회 댈릴 부바커 회장이 "이슬람 테러 단체들의 최근 행위들은 프랑스 내 이슬람 교도들에 조차 매우 충격적이다"고 말할 정도다. 극단적이지 않은 대부분 이슬람인들은 반미(反美)에는 찬성하지만 테러 행위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아스마 아프사루딘 교수(이슬람학)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테러단체들은 참수를 통해 공포와 충격을 주려고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슬람 가르침을 잘못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러를 막을 수 없나=2001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내걸면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는 더욱 격화됐다.

한국이슬람문화연구소 이원삼 소장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곧장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이슬람 신도들의 대미(對美) 인식이 상당부분 우호적으로 바뀌었을지 모른다"며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수록 이슬람 사회에서 빈 라덴은 영웅이 되고, 미국은 적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또 "빈 라덴을 이슬람법으로 다스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스스로 테러에 대한 처벌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테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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