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주권이양 계획제시]알맹이 없는 ‘이라크 로드맵’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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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4일 밝힌 이라크 주권 이양 계획은 그동안 밝혀온 내용들을 ‘5단계 계획’으로 포장만 새롭게 한 것이다.

포로학대 사건으로 악명 높은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를 철거하고 새 교도소를 짓겠다는 것을 빼고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

이 때문에 사전 예고까지 한 이날 연설이 추락하는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선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말 주권 이양 때까지 다섯 차례나 더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날 연설은 CNN과 FOX 등 뉴스채널만 생중계를 했고 NBC, ABC, CBS 등 3대 지상파 방송은 예정된 프로그램을 내보낼 정도로 언론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주요 연설 내용=예정대로 6월 30일 이라크 과도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며 내년 1월 총선을 실시한 뒤 헌법 제정 국민투표를 거쳐 내년 말 새 헌법에 따라 항구적인 정부를 출범시킨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권 이양과 함께 미국대사관이 본격 활동을 시작하며 미국은 전문가들을 통해 이라크 장관들을 돕게 된다고 부시 대통령은 밝혔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총리 및 26명의 각료로 구성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과도정부의 책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의 안정과 안보를 위해 미군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계속 남겠지만 결국 이라크 보안군이 안보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6만명의 군과 경찰, 보안요원을 훈련시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라크 정규군의 규모는 3만5000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담 후세인정권 시절 병력이 공화국수비대를 포함해 42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가 더 이상 중동의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유엔 이라크 결의안 초안=미국과 영국은 이날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라크 과도정부의 동의를 조건으로 계속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 이라크 특사의 보고서 제출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초안에 대한 구체적 협의나 채택 여부는 이달 말 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히미 특사의 보고서는 어떤 형태의 이라크 정부가 주권을 이양받고 내년 1월 총선을 주관할 것인지와 연합군 철수 시한 등이 주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부시 대통령은 주권 이양을 전후해 저항세력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향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13만8000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현지 군 지휘부의 요청이 있으면 추가 파병도 할 것임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이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을 채택하면 미국의 계획은 상당한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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