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체면차릴 여유없다”…시리아-이란에 도움 요청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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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악의 축’ 이란에 이어 ‘테러 배후 지원국’으로 규정한 시리아까지 이라크사태 해결의 중재역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중재를 위해 이라크에 입국한 이란 외교관이 피격돼 사망한 데다 저항세력이 반미 전선을 수도인 바그다드로 확대할 것을 경고하는 등 이라크 정세는 여전히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수니파 달래기 카드?=시리아의 관영 SANA통신은 15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이라크 혼란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적극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란에 중재를 요청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시리아에 대한 중재 요청은 종파가 같은 이라크 주변국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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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카드’는 시아파는 물론 팔루자 등의 수니파 저항세력도 함께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알아사드 대통령 등 시리아 집권 세력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이지만 국민의 75%가 수니파이기 때문.

이라크전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수니파 고위 관리들을 숨겨 줄 정도로 이라크 수니파와 교감이 있다. 미국이 7개 테러 배후 지원국 가운데 하나인 시리아에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과 시리아의 대차대조표는?=이란과 시리아 카드가 실패해도 미국은 잃을 게 없어 보인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국제 사회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 이란과 시리아의 협조를 받아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외국 무장세력의 이라크 유입을 막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과 시리아가 중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 그만한 ‘반대급부’를 지불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란이 중재에 적극 나선 것은 1980년 2월 호메이니가 이슬람혁명정권 수립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이라크 시아파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이란에서 태어났고, 강경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이란의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 하이리가 지난해 자신의 대리인으로 지명할 만큼 긴밀한 관계. 이라크 시아파 최대 조직인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도 1982년 이란 정부에 의해 세워졌다.

하지만 15일 바그다드 이란 대사관 부근에서 무장 괴한 3명이 총격을 가해 이란 중재단원 중 카릴 나이미 1등서기관이 사망하면서 이란의 중재역할은 첫 저항에 직면했다. 이란 대표단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알사드르를 만나기 위해 나자프로 향했다.

서구 언론들은 이란 시리아의 협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BBC방송과 뉴욕타임스는 이란의 대미 협력이 “이라크 시아파가 조기 총선을 통해 권력을 잡게 해 결국 미군 주도 연합군을 빨리 몰아내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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