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외무장관 외국에서 스카우트

  • 입력 2004년 3월 23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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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위해서는 장관도 외국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벨벳혁명’을 주도해 집권한 뒤 공격적인 개혁 개방 정책을 펴고 있는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36)이 외국인 여성 외교관을 외무장관으로 영입했다.

러시아 언론은 22일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현 그루지야 주재 프랑스 대사(52)가 그루지야 외무장관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의회의 인준을 받은 뒤 다음달 정식으로 사상 첫 외국인 장관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외국인 외무장관 영입 결단은 ‘외교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루지야의 상황에서 비롯됐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야는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이 600달러에도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 국가재건을 위해서는 서방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신생국의 미숙한 ‘아마추어 외교’로는 서방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민하던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달 초 프랑스를 방문,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주라비슈빌리 대사를 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설이는 주라비슈빌리 대사를 설득하기 위해 이중 국적을 금지하는 법까지 고쳐 프랑스 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70년대 중반 프랑스 외무부에 들어온 주라비슈빌리 대사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서 근무한 정통 외교관 출신. 그루지야에는 지난해 11월 부임했다.

그는 1920년대 프랑스로 이민 간 그루지야 명문가의 후손이다. 어머니는 러시아인이고 남편은 그루지야의 저명한 언론인으로 그루지야어와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하다. 지난해 그루지야 주재 대사로 부임하면서 “부모님의 나라에 대사로 오게 돼 꿈만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변호사 출신인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비롯해 그루지야의 젊은 지도자들이 대부분 서방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국제파’라는 점도 외국인 장관 영입 결정에 밑바탕이 됐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부인 산드라 사카슈빌리 롤로프스 여사(35)도 역시 외국(네덜란드)사람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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