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전격 정상회담

  • 입력 2004년 1월 5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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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전면전 위기를 겪었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5일 전격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남아시아의 핵 강국으로 과거 세 차례나 전쟁을 벌였던 양국의 관계 개선은 지역 평화 뿐 아니라 최근 남아시아 국가들이 추진 중인 자유무역지대 형성에 속도를 더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시아지역협력협의체(SAARC) 정상회담 참석차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를 방문 중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5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외신이 전했다.

회담에서는 인도의 뉴델리와 파키스탄 라호르 간의 열차 및 버스 운행 재개, 국경 지대인 신드흐 개방 등 신뢰 구축 조치 실행이 먼저 다뤄진 것으로 보이며 민감한 문제인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분쟁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은 1일까지도 확정되지 않았으나 바지파이 총리의 최측근인 브라제시 미슈라 인도 국가안보자문이 2일 파키스탄을 방문한 후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으며 4일 공식화됐다.

남아시아 지역의 핵심 국가인 양국이 이날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이 지역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 추진 움직임이 힘을 받게 됐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인도를 비롯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부탄 네팔 몰디브 등 SAARC 7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 협정 체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7개국은 유럽 연합(EU)를 모델로 삼아 2006년부터 자유무역 지대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7개국 정상은 늦어도 6일까지 자유무역지대 출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회담은 2001년 7월 무샤라프 대통령이 인도의 아그라를 방문해 이뤄진 후 처음이다. 당시 방문에서는 카슈미르 분쟁 종식 협의가 결렬됐다. 또한 인도는 이 해 12월 의사당에 대한 무장 세력의 공격에 파키스탄이 간여했다고 비난하며 다음 달 수십 만 명의 병력을 국경에 전진 배치해 전쟁 위기가 일었다.

그러나 양국은 미국의 압력을 받아 2002년 10월 군대를 철수했다. 바지파이 총리는 지난해 4월 "내 생전 파키스탄과 평화 관계가 이뤄지는 걸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11월 파키스탄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의 공격을 중단했으며 인도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12월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수 십 년 동안 주장해온 카슈미르 지역 분리 독립에 대한 주민 투표 제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약 2년 동안 단절됐던 양국간 여객기 운항이 1일 재개됐다. 빠르면 다음 주부터 양국간 철도 운항이 재개될 전망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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