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테러戰 군사력 사용 정당"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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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전에는 군사력도 사용해야 한다.” 18일 역사적인 영국 국빈방문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예상대로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전쟁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런던 곳곳은 부시 대통령의 환영 인파와 반전단체들이 뒤섞여 시위를 벌이는 등 아수라장이다.

▽부시 외교의 세 기둥=부시 대통령은 영국 방문 이틀째인 19일 런던 화이트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세계평화를 위한 외교의 ‘세 기둥(pillar)’을 강조했다. 그가 밝힌 세 기둥은 △효율적인 다원주의 △평화 및 가치 수호를 위해 때로 무력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민주적 가치 전파.

부시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럽 내 반전 여론을 의식한 듯 “어느 세대에나 무력 사용을 반대하는 여론은 있다”고 단서를 단 뒤 “그러나 적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통해 대규모 인명살상을 노리는 만큼 이들을 무시하면 위험만 커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유럽이 팔레스타인 신임 총리가 재량권을 가질 수 있도록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을 기피해야 한다”고 촉구,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살얼음판 국빈방문’=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테러전을 치른 연합국 지도자’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되돌리려는 프랑스 독일 등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20일엔 부시 대통령이 블레어 총리 지역구를 방문, 미국의 확고한 신뢰를 보여줄 계획. 그러나 갈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이라크 정정 탓에 이번 방문이 ‘이래저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는 우려가 높다.

CNN 방송은 “2년 전 블레어 총리의 아이디어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부시 대통령을 초대하기로 했을 때 블레어 총리는 양국 동맹관계를 최대한 끌어올린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퍼펙트 스톰(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는 뜻)’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절차를 싫어하는 부시 대통령 본인의 돌출 행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는 92년 백악관에서 아버지 부시와 함께한 영국 여왕과의 만찬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미러는 버킹엄궁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고 19일 폭로, 경찰이 발칵 뒤집혔다. 이 신문의 한 기자가 위조 신분증명서로 2개월 전부터 왕실 하인으로 위장 취업, 19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의 식사 시중을 들게 돼 있었다는 것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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