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수출 정상화까진 1년반 필요

  • 입력 2003년 11월 11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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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가 10일 미국의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WTO 규정 위반으로 최종 판정함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對美) 수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대미 철강 수출은 작년 3월 미국이 냉연강판과 후판(厚板) 등 14개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물량(159만2000t)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26.4%, 금액(6억6700만달러)은 26.2% 줄었다.

하지만 이번 WTO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과 한국 유럽연합(EU) 등 분쟁 당사국들은 이번 판정에 따른 보상조치 협의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는 고율의 관세로 인한 피해를 산정하는 기간으로 6개월가량이 걸린다. 여기에 WTO 조치를 적용하는 ‘합리적 이행기간’에 1년가량이 소요된다. 이는 통상(通商) 분쟁을 야기한 미국 내 법과 제도를 고치는 데 드는 시간이다.

만약 미국이 판정을 거부할 경우 통상 정상화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WTO의 판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EU와 일본이 이번 판정이 나오기 전부터 미국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WTO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미국에 대한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철강업계연합 등 관련 이해단체들은 지난달 중순 백악관에 세이프가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이 보고서를 낸 시기는 미국의 세이프가드가 규정 위반이라는 WTO의 1차 판정이 나온 이후였다. 그만큼 철강 수입을 둘러싼 미국 내 분위기가 강경함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한국도 EU나 일본처럼 보복관세 등 무역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미 보복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자원부 김창규(金昌圭) 국제협력기획단장은 “한국도 미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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