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펄펄 끓다가 넘칠라"…과열 우려 커져

  • 입력 2003년 11월 2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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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중국경제가 끓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3·4분기(7∼9월) 9.1%까지 치솟았고 통화량, 고정자산 투자와 부동산 경기지표 등 각종 통계치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경기 과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중국의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 성장 전망치는 8.5% 정도. 이 전망치도 연초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지역에 창궐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충격을 감안한 것이다.

고정자산 투자는 올 들어 7월까지 1조8753억위안(약 270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7% 늘어났다. 94년 이후 최고치. 특히 올 상반기 중앙정부 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7.7% 줄어든 반면 지방정부는 투자를 41.5%나 늘렸다. 지방정부의 경쟁적인 투자확대는 부동산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산업분야에 집중돼 중복 과잉생산이 우려될 정도. 금융권의 위안화 대출액도 올 8월까지 2조3253억위안으로 연초 목표인 1조8000억위안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대출액의 17.6%가 부동산시장에 흘러들어 부동산경기의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수익이 나오지 않는 불량자산에 찌든 은행부문은 더욱 활로를 찾기 어렵다.

문제는 경기과열의 전형적인 현상인 물가앙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상반기 소비자 물가는 0.6%밖에 오르지 않았다. 제조업 분야의 판매경쟁이 지나치게 벌어져 일부 분야에선 디플레 초기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이상현상’은 농촌분야의 엄청난 잉여인력 덕택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농촌에서 도시 제조업 분야로 쏟아져 들어오는 유휴인력들이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낮추는 완충역할을 한다는 것.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거시경제부 웨이자닝(魏加寧) 부주임은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9% 안팎”이라고 전제하며 “현 상황을 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웨이 부주임은 특히 “중국 경제는 투자경제, 정부 주도 경제이므로 어렵지 않게 발전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자오샤오(趙曉) 연구원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이 세계 제조업 중심으로 부상한 만큼 중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주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인민은행은 최근 발표한 3·4분기 ‘중국 화폐정책 집행보고’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7%대로 잡아 중국 경제지도부가 경기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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