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공위성 동원 “모기와의 전쟁중”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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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사람들에게 옮기고 있는 모기의 한 종류. -사진제공 미국 CDC
현재 미국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사람들에게 옮기고 있는 모기의 한 종류. -사진제공 미국 CDC
미국이 인공위성까지 동원하며 모기와의 전쟁에 한창이다. 뇌염 증세를 일으키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그 주범이 모기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철저한 방비책이 요구되고 있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환자는 1937년 우간다의 웨스트나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후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미국에서는 1999년 뉴욕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으며, 중부를 거쳐 서부로 감염이 확대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일 현재 올해 발생한 환자는 6204명이며, 이 가운데 127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엔 4156명이 감염됐고 28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두통, 근육통 등의 독감 증세가 나타난다. 심한 경우 뇌에 치명적인 염증을 일으킨다.

바이러스 전파자는 집이나 야외에서 흔히 발견되는 모기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확인된 바이러스 감염 모기는 29종에 달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인공위성을 동원해 모기가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찾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이런 우주 감시체제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지난 3년간 가장 뛰어난 예방활동을 벌였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는 고작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지 온라인판에는 모기가 극성인 여름이 지났다고 모기 기피제를 몸에 바르지 않고 야외에 놀러가지 말라는 ‘경고’ 기사가 게재됐다.

한국 역시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는 아니다. 8월 말 국립보건원은 미국 내 감염위험지역 여행자에 대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또 모기가 항구나 공항을 통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체제를 가동시켰다.

국립보건원 의동물과 이희일 박사는 “8월 말부터 세차례에 걸쳐 비행기 30여대 내에서 모기를 채집하고 있다”며 “현재 1마리가 발견됐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청사에 설치된 2대의 모기채집기는 비행기를 타고 온 모기를 잡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모기를 유인하고 있다. 모기가 사람이 호흡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쫓아 달려든다는 점에 착안한 기계다.

하지만 감염된 사람이 입국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인하대 생명과학과 민기식 교수는 “미국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 가운데 우리가 집에서 흔히 발견하는 빨간집모기가 있다”며 “만일 이런 모기가 입국한 환자를 물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다시 다른 사람을 물면 한국에서 질병이 금세 퍼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동부의 기후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에서 감염 모기가 발생하면 기후적으로 잘 적응할 것이라는 점이 미국에서 증명된 셈이기 때문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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