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고 나 살자” 美 가격 파괴전쟁

  • 입력 2003년 9월 8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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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가격전쟁(price war)’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퍼부으면서 가격 낮추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미국 최대 1회용 기저귀 제조업체 킴벌리 클라크는 통상적인 불경기 타개책으로 ‘하기스’ 제품 가격을 5% 올렸다. 그러나 이 분야 2위 업체인 P&G는 거꾸로 막대한 돈을 풀어 유통업체들을 지원하면서 자사 기저귀 ‘팸퍼스’ 판촉에 나섰다. 심지어 하기스를 사는 고객에게 5달러짜리 팸퍼스 할인 쿠폰을 얹어주는 저가공세를 펼쳤다. 15%나 값을 깎은 P&G의 공세는 5개월이나 계속됐고 결국 킴벌리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P&G는 새 기저귀 ‘이지업’을 내놓으면서 6개월간 2500만달러(약 300억원)의 광고비를 썼다. 킴벌리가 ‘풀업’에 들인 광고비 800만달러의 3배에 달하는 것이다.

저가 공세에 힘입은 P&G는 4일 “시장점유율 확대로 성장이 예상된다”며 분기실적 전망치를 올렸다. 킴벌리가 아직 기저귀 시장에서 1위(점유율 43.7%)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P&G는 지난 분기보다 3%포인트 높은 38.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GM이 출혈적인 할인과 할부금융 정책을 펴고 있다. 이로 인해 올 2·4분기(4∼6월)에 경쟁사인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순익은 각각 27%, 90% 줄었다. “GM이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는 비난이 나왔지만 릭 왜고너 GM 회장은 “지금은 징징거릴 때가 아니라 게임에 나설 때”라는 말로 일축했다. 할인점 업계에서는 1위 업체 월마트가 물류시스템이나 구매력 등에서의 비용 경쟁력을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편 결과 경쟁사인 서즈데이와 세이프웨이의 2·4분기 이윤이 각각 37%, 48% 줄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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