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換亂극복 ‘경제강국’ 부푼꿈

  • 입력 2003년 8월 17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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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 됐다.”

1998년 8월 17일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까지 했던 러시아 경제가 5년 동안의 위기에서 벗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5일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644억5400만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5년 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던 상황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경제개발통상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목표를 5.2%로 세웠다. 세계적인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다음해인 99년부터 시작된 성장세를 6년째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경제를 보는 서방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외국자본의 투자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對)러시아 외국인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3% 늘어났다. 세계적 에너지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60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규모 투자도 잇따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201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배로 올리고 외채도 완전 상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장관도 러시아가 내년 말경에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투자안전 등급을 받게 될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권에서 이탈했던 구소련 국가들도 다시 러시아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4개국은 다음달 역내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빠른 속도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2000년 푸틴 대통령의 집권으로 정치적 안정이 이뤄진 데다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석유 가격이 99년부터 강세를 이어왔고 외환위기로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오히려 국제시장에서 러시아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석유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크고 금융 행정 개혁의 부진과 부정부패 등으로 여전히 러시아 경제는 불안 요소를 많이 안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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