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침팬지가 없고 바다엔 물고기가 없는 세상

  • 입력 2003년 5월 30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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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바이러스의 창궐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중앙아프리카의 고릴라.-동아일보 자료사진
에볼라바이러스의 창궐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중앙아프리카의 고릴라.-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스(SARS·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지금, 중앙아프리카 일부 밀림에서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해 고릴라 침팬지 등 유인원이 10마리 중 9마리꼴로 죽어가고 있다.

또 바다에서는 남획으로 인해 대형 식용 어류의 개체 수가 50년 전에 비해 90%나 줄어들었다.

▽고릴라 수난시대=30일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에 따르면 1976년 수단에서 처음 발견돼 10여년간 아프리카 아시아 밀림지역에서 1000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뒤 잠잠했던 에볼라바이러스가 지난해부터 중앙아프리카 밀림에서 다시 창궐하고 있다. 인명 피해도 이미 59명이나 됐지만 타깃은 고릴라 침팬지 등 유인원류.

남획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인도네시아의 로티뱀목거북.-동아일보 자료사진

바이러스 공포를 다룬 영화 소재로도 등장했던 치사율 50∼90%의 이 바이러스는 특히 콩고 북서부∼가봉 북동부 밀림 지역에 창궐하고 있다. WWF에 따르면 바이러스 창궐 전 이 지역에는 고릴라 11만마리와 침팬지 7만8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는데 최근 일부 지역 표본 조사 결과 개체 수가 90%나 줄어들었다.

WWF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10년 안에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유인원)이 멸종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고기 급감=캐나다 댈하우지대 랜섬 마이어스 교수팀이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넙치 참치 청새치 황새치 등 대형 식용 어류의 개체 수가 대규모 어업이 처음 시작된 50년 전에 비해 90%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저인망 어업과 대규모 주낙을 대형 식용 어류 급감의 주범으로 꼽았다. 브라질 연안에서는 일본이 저인망 어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큰 청색참치 20만마리가 사라졌다. 태국에서는 1960년대에 저인망 어업이 시작되자 5년 만에 상어와 홍어가 60%나 줄었다.

미 국립해양어업소(NMFS)의 마이클 시센와인 소장은 “인류의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에 아무리 효율적인 보호 방안을 마련해도 어류 개체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북도 위기에 처해 있다. 거북보호단체인 거북보존기금(TCF)의 최근 조사 결과 아시아에 사는 90종의 바다 및 민물 거북 중 절반가량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아시아 약재 및 식용시장에 팔기 위한 남획 때문.

멸종 위기 동식물 보호단체인 세계보존연맹(WCU)은 현재 6000여종의 동물과 3만3000여종의 식물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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