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발원지를 가다]‘황사와 韓中협력’ 국제학술회의

  • 입력 2003년 4월 1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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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황사와 한중 협력’ 국제 학술회의에 200여명의 한중 황사 전문가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상청 전영신 박사(왼쪽)가 참가자들에게 황사예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황사와 한중 협력’ 국제 학술회의에 200여명의 한중 황사 전문가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상청 전영신 박사(왼쪽)가 참가자들에게 황사예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 평화연구소는 한국지역학회와 함께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황사와 한중 협력’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21세기 평화연구소 주관으로 지난해 결성된 ‘한중 황사 조사연구단’(한국 단장 최진호 아주대 교수중국 단장 두핑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소장)을 비롯해 박순웅 서울대 교수 등 한국과 중국의 황사 전문가 20여명이 발표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황사의 발생 원인과 실태, 해결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중 황사 조사연구단은 지난달 중국의 황사 발원지를 답사했으며, 답사 결과는 4월 7일부터 9일까지 동아일보 지면에 소개됐다. 21세기 평화재단·평화연구소(설립자 김병관·金炳琯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는 각종 학술 문화 사업과 민간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화합과 번영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 4월 창립된 공익재단이다.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 등 이날 학술회의에 참가한 한중 황사 전문가들은 “황사 문제는 한 나라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동북아 국가간의 환경 협력 방안 등 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토론 주요내용▼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 등 이날 학술회의에 참가한 한중 황사 전문가들은 “황사 문제는 한 나라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동북아 국가간의 환경 협력 방안 등 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가오지시(중국 환경과학연구원 생태연구소장)=황사는 생태환경 파괴가 자연재해를 확대시킨 복합적인 재해다. 황사를 공황처럼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며 생태환경의 개선을 통해 강도와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사막 등 황사 발원지에 대해 인공조림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적은 곳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방목을 금지하고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강원(전북대 교수)=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무조건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획일적인 반사막화운동은 피해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춰야 한다. 중국 정부의 사막방지정책을 살펴보면 작은 마을 단위로 추진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사막은 사막으로, 초원은 초원으로, 숲은 숲으로 유지해야 한다.

▽두핑(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소장)=좋은 지적이다. 미국은 사막을 사막으로 놓아두는 식으로, 이스라엘은 사막을 경작지로 바꾸는 식으로 사막 문제에 대처했다. 중국은 두 가지 방식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는 결국 그 지역 주민의 빈곤을 해결해야 하는데 국제 협력 없이는 상당히 어렵다.

▽최진호(아주대 교수)=최근 황사 발원지 답사와 이번 회의를 통해 사막화 방지에 대한 정부간의 협력과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학자와 민간 기업의 협력이 부족하다. 황사 발원지의 가난을 타파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므로 민간 기업들이 중국의 ‘서부 대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학계는 공동 연구와 황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인성(국토연구원 연구위원)=황사 발원지의 사막화를 막고 그곳을 공업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사업’을 한국의 대(對)중국 전략과 연결하자. 그동안 대중국 전략이 많이 논의됐는데 대개 동부에 대한 것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약했다. 황사 문제는 중국이 매우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며 우리의 협력에 대해 적극 호응할 것이다. 잘되면 중국 시장을 개척할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협력에도 큰 공헌을 할 것이다.

▽원동욱(베이징대 박사)=한중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환경 협력이 중요한데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합적인 조정기구가 없다. 황사 문제가 협력기구를 만드는 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황사 문제에 대처하려면 체계적인 협력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공동 연구와 조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이 환경세를 도입해 ‘황사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하다. 특히 일본은 이 지역의 유일한 선진국이며 국가간 분업을 통해 중국의 생태환경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황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정서용(명지대 교수)=국제 협력을 위해 동북아 정부가 조약을 체결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고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나는 권위있는 포럼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민간전문가들이 포럼에 참석해 서로 지켜야 할 원칙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환경정책이 잘 된 곳이고 민둥산을 녹화하는 데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의 경험을 중국에 전해 주자.

▽이민호(환경부 해외협력과 서기관)=이미 한중일 환경부 장관 회의를 통해 정부간에는 그런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민간부문은 앞으로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황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나라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하지만 지원 규모는 각국의 재정 규모에 맞춰 적절하게 정해야 한다.

▽황태진(삼성전자 과장)=황사의 피해와 관련해 산업현장에서 황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예보시스템이다. 지금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황사를 더 빨리 예보할 수 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동북아 각국의 협력 연구를 통해 예보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연구 결과 황사가 오기 직전에 일반적인 황사 먼지보다 더 작은 먼지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흥미로운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정리=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중국 황사의 역사·특징 및 생성 원인

중국의 황사는 수백만년 전부터 존재한 자연현상이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영향권이 넓어졌으며, 피해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은 1820∼1890년에 5차례의 황사 빈발기가 있었다.

현재는 황사 비빈발기의 상승기에 속한다. 황사의 연간 발생건수는 1970년대 13회, 1980년대 14회, 1990년대 23회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황사는 발원지의 열악한 자연 환경과 지구 온난화같은 기후의 변화 등 자연적 원인으로 일어난다. 또 사막과 초원 지역의 과도한 개간과 방목, 벌목 및 땔감 채취, 수자원의 부족과 낭비, 무분별한 약초와 약재 채취, 소홀한 관리정책처럼 인위적인 요인도 많다. 특히 인위적인 요인은 지난 50년 동안 사막화를 가속화해 황사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

왕칭윈(王靑元)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연구원

허카이리(何開麗) 부연구원

▽황사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

2002년 3월 한반도에는 186만t의 황사 먼지가 날아왔다. 이중 74.1%가 북한에 떨어졌다.

한반도와 일본에서 관측된 황사 먼지의 크기는 대략 1∼10마이크로미터다. 이런 미세먼지는 인체의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 또 황사는 항공산업, 전자산업, 유통업 등에 피해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지난해 황사로 205대의 비행기가 운항을 못했으며 20억원의 매출이 줄었다. 전자 등 초정밀산업에서는 불량률이 4배나 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자동차는 대당 2만3000원의 생산비용이 더 들었다. 경제기법을 통한 연구 결과 지난해 3월 21일에 일어난 황사 때문에 건강 피해 비용이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과장된 결과일 수도 있어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황사는 공기청정기, 홈쇼핑, PC방 등 실내 오락사업, 화장품 산업 등에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금융대학)

▽중국 사막화 토지의 예방·개선과 연구

중국에서 사막화된 땅은 남한의 17배나 되는 174만3100㎢이다. 특히 지난 100년 동안 사막화된 땅이 전체의 62.4%에 달할 정도로 사막화 속도가 빠르다. 현재 매년 서울의 6배에 이르는 3436㎢의 땅이 사막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50년대 들어 사막화 토지의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1978년 베이징 북부 3개의 성(삼북지역)에 대한 방호림사업을 시작했으며, 1991년 전국 황사 방지 개선 프로젝트, 1998년 천연림 보호 프로젝트, 1999년 퇴경환림환초(退耕還林還草·경작지를 녹지와 초지로 되돌림) 사업, 2000년 베이징 주변의 황사 예방 프로젝트 등 대규모의 생태환경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삼북지역은 녹화율이 70년대말의 5%에서 현재 10%로 향상됐다. 그러나 현재 사막화 개선 작업을 하는 땅에 비해 사막화되는 땅이 30%나 더 넓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사막화가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가오지시(高吉喜) 중국환경과학연구원 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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