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세계경제 회복계기? 불황지속?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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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이후의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과 외신들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단기전으로 끝나면 그동안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던 불확실성이 사라져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의 경기침체가 구조적인 것이어서 이라크전의 양상과 관계없이 저(低)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치고 있다.

▽“경기회복 계기가 될 수도”〓이번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면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국제 정세에서 불확실성이 없어져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이라크전쟁 시나리오와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미국은 전쟁초기에는 소비심리위축으로 경기가 일시 침체되겠지만 종전(終戰) 이후 소비와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돼 연간 2.7%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세계경제도 미국경제 회복에 힘입어 올해 3% 정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측면에서만 보면 전쟁 개시가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측면에서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전쟁 전후로 국제유가가 더욱 떨어지고 주가가 오르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단기로 끝나도 경기 회복은 어려울 듯”〓LG경제연구원은 20일 발표한 ‘이라크전쟁 이후의 미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전비(戰費) 부담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가 금리를 상승시켜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앞으로 10년간의 재정적자 규모를 1조80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지만 전후 수습 비용을 포함하면 적자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결과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고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시장의 호황이 끝나는 동시에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기업투자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불황을 장기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최근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미국 경제 침체의 핵심 원인으로 이라크전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40%)보다 수요 부족(58%)을 더 꼽았다.

세계적인 투자금융기관인 리만브러더스의 애널리스트 에단 해리스는 최근 “이라크 주둔 비용과 주택경기 둔화, 주정부의 재정악화, 주가하락 등을 감안할 때 전쟁 이후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력 경제지인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전쟁과 함께 테러와 같은 새로운 충격이 주어지면 주가가 대폭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와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미-이라크전쟁의 업종별 영향’이라는 공동조사보고서에서 이라크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국내 산업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전후 특수(特需)는 내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거나 중동지역 전역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세계경제에 미칠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걸프戰으로 본 세계경제 ▼


1991년 걸프전을 돌이켜보면 이번 이라크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걸프전의 계기는 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었다. 걸프전은 91년 1월 17일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시작돼 한 달여 뒤인 2월 28일 끝났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전 20달러 수준이던 원유가격(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은 90년 10월 4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서서히 떨어졌다.

90년 12월 말 28달러대까지 하락한 유가는 유엔 결의에 대한 이라크의 회답기한이 가까워지면서 다시 30달러대까지 올랐으나 걸프전이 시작된 1월 17일에는 21.45달러까지 급락했다.

90년 7월 말까지 약 2,900을 유지하던 다우존스지수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급락세를 보이면서 10월 16일 2,381.1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걸프전이 시작되면서 빠르게 올라 걸프전이 끝날 때는 걸프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90년 5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 가치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10월까지 주요 통화 대비 약 20%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걸프전이 끝나고 한달 이내에 안정됐다.

미국이 걸프전에 쓴 비용은 약 600억달러. 그러나 90% 이상이 동맹국 등으로부터의 지원금으로 마련해 미국의 연방재정수지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의 비중은 전쟁이 발발하면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90년 5.2%에서 91년 4.6%로 낮아졌다.

걸프전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면서 미국과 세계경제를 반짝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걸프전에 따른 91년 1·4분기(1∼3월) 미국의 GDP 감소 효과는 약 1000억달러에 이른다. 또 2·4분기(4∼6월) 미국의 실질수출 감소효과도 약 160억달러에 달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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