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人大 지도부선출 안팎]군사위주석직 선거 '엉뚱한票' 나와

  • 입력 2003년 3월 16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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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공산주의를 두려워하고, 공산주의는 후계자를 두려워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지은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회의 선거 결과는 과거 사회주의권에서 회자됐던 금언(金言)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장쩌민(江澤民) 당 중앙군사위 주석은 15일 전인대 선거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에게 국가주석직은 물려주었지만 군권(軍權)을 계속 장악함으로써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처럼 실권을 유지하며 후 주석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상하이방(上海幇)에 대한 반감 표출=장쩌민 국가중앙군사위 주석과 쩡칭훙 국가부주석 선거에서 두 사람 모두 예상외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장 주석은 유효투표 2946표 가운데 찬성 2726, 반대 98, 기권 122표로 92.5%를 득표했다.

이는 1982년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직 설치이래 사상 최저 득표율. 장 주석의 ‘수렴청정’에 대한 당내의 비판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장 주석의 단일 입후보로 치러진 이 선거에서 명단에도 없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36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2표를 얻는 ‘반란 현상’까지 나타났다.

반면 후진타오 총서기는 국가주석 선거에서 2944표 중 찬성 2937, 반대 4, 기권 3표로 99.8%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장 주석의 심복으로 상하이방의 ‘책사(策士)’로 불리는 쩡 국가부주석은 2955표 중 찬성 2578, 반대 177, 기권 190표로 87.2%의 득표율에 그칠 정도로 저조했다.

▽‘당(黨)이 총구를 지휘한다’는 원칙 깨져=후진타오 총서기는 국가주석에 선출됨으로써 1982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직이 부활된 이래 장쩌민 주석에 이어 두 번째로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겸하는 인물이 됐다.

후 주석은 그러나 당정의 최고 권한을 장 주석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국가중앙군사위 부주석직에 유임됨으로써 군권을 물려받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홀로 서기’가 어려움을 의미한다.

또 당 총서기인 후 주석이 군을 장악하지 못함으로써 ‘당이 총구를 지휘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공산당의 최고 철칙 또한 무너지게 됐다. 이는 덩샤오핑의 전례와는 사뭇 다르다.

덩은 19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 열린 당 제13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3기 4중전회)에서 총서기로 발탁한 장쩌민에게 9개월 만인 이듬해 3월 제7기 전인대 3차 회의에서 군사위 주석직을 물려줌으로써 ‘당지휘창(黨指揮槍)’의 원칙을 지켰다. 이 기간 중 덩은 대외적 활동도 삼갔다. 반면 장 주석은 앞으로도 3∼5년간 중앙군사위 주석직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중앙군사위 주석직 유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듯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당면한 국제정세가 복잡하고 중국의 국방과 군대 건설 임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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