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號 컴퓨터 80년대産 사용

  • 입력 2003년 2월 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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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로 숨진 승무원 7명의 유해가 2일 발견됐다. 불에 탄 몸통과 허벅지뼈, 앞니가 있는 두개골…. 미 항공우주국(NASA)은 텍사스주 곳곳에서 발견된 유해들의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분석에 들어갔다. NASA는 또 사고원인과 관련해 폭발 전 왼쪽날개 부분에서 열이 급상승했음을 확인했다. 이는 대기권 진입시 엄청난 열을 견디게 해주는 특수 세라믹타일의 손상을 입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NASA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미 행정부는 공군 해군 교통부 등 관련 기관 전문가들로 사고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NASA와 하원 과학위원회도 독자적인 조사작업에 착수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곧 NASA의 예산을 대폭 늘릴 것을 제안할 예정이며 그동안의 NASA 예산 삭감이 이번 참사에 미친 영향을 조사키로 했다.》

컬럼비아호의 폭발 원인은 단순히 선체 결함 때문이었나. 미국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2일 NASA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끌고 온 데다 우주선 관리를 맡은 민간기업들의 과욕 때문에 이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요약.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추진되던 80년대 초반, 기술 측면에선 놀라운 것이었지만 경제성과 안정성에서는 문제가 있었다. 주1회 비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왕복선 4대가 1년에 평균 5차례 비행했다. 22.7t이나 되는 유료 화물을 싣게끔 설계됐지만 화물칸을 꽉 채운 적은 한번도 없었다. 1회 발사당 500만달러가 들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1회 5억달러가 들었다. 러시아도 우주왕복선 ‘부란’을 1회 발사한 뒤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창고로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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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 “유인 우주선 뭐하러 띄우냐”

NASA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대체할 새로운 ‘우주발진계획(SLI)’을 추진해 왔지만 불과 몇 주 전 무효화했다. 대신 왕복선들을 2020년까지 쓰겠다고 했다. 컬럼비아호를 40년간 쓰겠다는 몰상식한 발상이었다.

우주왕복선은 그간 70년대 말에 시험을 거친 엔진을 써왔으며 선실 내 컴퓨터는 80년대 것으로 미국의 10대들이 비디오게임용으로도 쓰지 않는 구형 8086칩도 써 왔다.

이렇게 무리하게 왕복선을 계속 발사해온 것은 이 프로그램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온 우주항공 관련 기업들 때문이다. 군수업체인 보잉과 록히드 마틴을 비롯해 6400개 기업이 참여한 ‘USA(United Space Alliance) 컨소시엄’이 96년 만들어져 10년간 120억달러를 받고 우주왕복선을 관리해주기로 했다. 이들은 새로운 우주선 프로그램이 추진될 때마다 반대 로비를 벌여 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용도가 애매했던 왕복선에 ‘생활필수품과 실험용품 배달’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ISS산업이 있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의 주에 350억달러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이들 주 역시 왕복선 대체 프로그램이 거론될 때마다 필사적인 반대 로비를 해 왔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우주항공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1회용 무인우주선이 중심이 돼야 한다. 최근 프랑스는 아리안 로켓이 발사 직후 폭발했지만 무인화물우주선이어서 이번처럼 타격이 크지 않았다.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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