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국 위협론’ 발끈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53분


미국에서 최근 ‘중국 위협론’이 재부상하면서 중국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위협론이 제기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달 12일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

중국 당국과 언론들은 보고서 발표 이후 거의 매일처럼 “중국 위협론은 사악한 음모”라며 “중미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국측 반박〓관영 신화통신은 인민해방군 창군 75주년 기념일인 1일 “중국 위협론은 냉전적 사고에 따른 허구”라면서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국가와도 동맹을 맺지 않을 것임을 이미 전 세계에 천명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 통신은 “인민해방군의 군사전략은 방어개념에 입각한 것이며 무기도 방어작전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중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49%로서 국제 평균(2.6%)과 선진국(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특히 미국의 19분의 1, 일본의 2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環球)시보는 1일 “중국 위협론은 중-미 관계가 좋아질 때 단골 메뉴처럼 나오는 흘러간 노래”라면서 “친(親) 대만 성향의 미 보수우익 세력이 양국관계 발전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 쿵취안(孔泉) 대변인은 지난달 1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 국방부 보고서는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찬 사악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의 해명 배경〓중국측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출범 초기 중국을 전략적 경쟁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최근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전 세계적 군사 개입을 확대하는 추세 속에서 중국 위협론이 또다시 제기된 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은 중미 관계의 악화가 자칫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데다 경제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군 현대화가 대만해협의 긴장을 부르는 주된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최근 대만에서 일고 있는 독립 바람을 부추길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기보다는 외교적 설득과 해명, 국제문제에 대한 제한된 양보와 협력 등을 통해 중미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중국군의 현대화는 대만을 강제 합병하고 미국의 개입을 없애자는 것”이라면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중국군 현대화의 주된 동인”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특히 전자전, 스텔스 항공기, 크루즈 미사일, 헬기 등의 공격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이동식 및 신형 잠수함발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의 1년간 총군사비 지출 추정치는 650억달러로 2020년경에는 3∼4배가량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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